수확철 손목이 욱신욱신, 그냥 넘기지 마세요 / 수확철이 되면 밭과 과수원은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작물을 따고, 크기와 상태에 따라 골라내고, 상자에 담아 포장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 과정에서 손목과 손가락에 통증이 생기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처음에는 쉬면 괜찮아지는 가벼운 통증으로 시작하지만, 반복되면 일상생활까지 불편해질 수 있다. 바쁜 수확철일수록 손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이고 작업 습관을 점검해야 한다. / 글. 편집실
반복 작업이 부르는 손목 통증의 정체

농작업 중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특정 신체 부위를 반복적으로 또는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근육·힘줄·인대·신경 등에 부담이나 손상이 누적되어 나타나는 건강 문제다. 주요 원인으로는 부자연스러운 자세, 반복 작업, 과도한 힘, 불충분한 휴식, 진동 등이 꼽힌다. 특히 수확·선별·포장 작업은 같은 동작을 장시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전지가위를 사용할 때나 작물을 수확할 때처럼 손목을 꺾거나 손에 힘을 준 상태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손과 손목, 팔꿈치 등에 부담이 쌓이기 쉽다.

손목에 흔히 나타나는 질환들

농작업으로 인한 손목 통증은 흔히 몇 가지 질환으로 나타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수근관증후군이다. 손목 앞쪽에는 뼈와 인대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인 수근관이 있고, 이곳으로 여러 힘줄과 정중신경이 함께 지나간다. 이 통로가 좁아지거나 내부 압력이 높아지면 정중신경이 눌리면서 손바닥과 손가락에 저림·통증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세게 쥐는 작업을 오래 한 경우에는 방아쇠수지도 흔히 발생한다. 방아쇠수지는 손가락을 굽히는 데 쓰이는 힘줄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손가락을 굽혔다 펴려고 하면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저항감이 느껴지다가 ‘딸깍’ 소리와 함께 튕기듯 펴지거나, 심하면 아예 펴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손잡이가 달린 도구나 진동이 있는 기구를 오래 쥐고 반복적으로 힘을 주는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한다. 이 밖에도 손목을 자주 젖히거나 굽히는 동작이 반복되면 팔꿈치 안팎에 통증이 생기는 내·외상과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통증을 줄이는 예방수칙

가장 중요한 것은 쉬는 방식이다. 오래 일하고 길게 한 번 쉬는 것보다, 짧게라도 자주 쉬는 편이 근골격계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선별·포장처럼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반복 작업을 할 때는 작업대 높이를 팔꿈치 정도이거나 팔꿈치보다 약간 낮은 위치로 맞추는 것이 손목과 어깨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작업 전후 스트레칭도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 국립농업과학원은 농작업 전·중·후에 지속적으로 농업인 건강 체조를 실천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어깨 통증이나 팔 저림처럼 상지 근골격계 질환이 흔하게 나타나는 만큼 평소 이를 인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한다. 손목을 반복적으로 사용한 뒤에는 손목을 가볍게 돌리거나 반대 손으로 지그시 눌러 펴 주는 동작만으로도 긴장을 어느 정도 풀어줄 수 있다.

하루 이틀 쉬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거나, 손이 저리고 힘이 빠지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근육통으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통증을 방치하면 만성화되어 치료가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확철 손목 통증은 열심히 일했다는 흔적일 수 있지만, 몸이 보내는 경고이기도 하다. 올해 수확을 무사히 마치는 것만큼 다음 농사철에도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몸을 지키는 일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