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농특산물인 고구마는 일명 ‘꿀고구마’라 할 만큼 달고 고소하다. 여주지역은 일교차가 크고, 토양은 배수와 통기가 용이한 사질토여서 고구마가 단단하고 당도가 높으며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또한 흙이 쉽게 털려 세척하지 않아 장기간 보관에도 이점이 있다. 여주시 가남읍에서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 없이 무병묘로 친환경 고구마를 재배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고석재(61) 씨를 만나봤다.
13만 평 고구마밭 일군 친환경 농업의 힘
고석재 씨는 43만㎡(약 13만 평)의 친환경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는 전업농이다. 그가 생산하는 고구마는 분이 적당하고 달고 고소해 고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게다가 고구마 저온창고 9동을 보유, 연중 분산출하가 가능해 경기도 친환경 학교급식과 임산부 꾸러미, 백화점 등으로 납품되면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며 고구마 명인 반열에 올랐다.
고석재 씨는 대학 축산학과 졸업 후 건축 관련 분야에 종사하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농장을 물려받아 일구기 위해 17년 전 고향인 여주시 가남읍으로 귀농했다.
“물려받은 농지가 영세해 힘들게 1년 논 농사지어야 손에 쥐는 건 3,000여 만 원에 불과했죠. 이왕 농사지을 거 제대로 해보겠다는 각오로 은행 대출로 농지를 더 구입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고구마 농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억척스럽게 농사를 지으며 소득이 생기면 농지를 사들여 농사 규모를 늘려 갔다. 현재 그는 고구마 43만㎡ 외에 감자(후작 콩) 13만2,000㎡, 대파 5만㎡, 양파·생강 3만3,000㎡ 등 약 64만5,000㎡(약 20만 평) 규모의 대규모 친환경 농업을 영위하고 하고 있다.
고구마를 비롯해 그가 생산한 대다수 농산물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경기도 친환경학교급식과 임산부 꾸러미 등에 대량 납품되고 있다. 또한 백화점과 온라인, TV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무병묘와 땅심으로 키우는 명품 고구마
고 씨는 고구마 모종을 직접 기른다. 여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무병묘를 공급받아 2월 말부터 20여 동의 비닐하우스에서 순을 길러 5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본 밭에 모종을 심는다. 특히 고 씨는 공급받은 무병묘를 비닐하우스에서 자체 기술연구로 자가육묘(모종)를 대량 생산, 인근 3개 시군 농협 및 여주 관내 농업인에게 보급해 주고 있다. 고구마는 바이러스에 약하기 때문에 무병묘를 길러 심고, 연작장해 예방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그는 13만 평의 고구마 밭을 5년에 1번씩 돌아가며 치환작업을 한다. 고구마 재배 밭을 250cm로 깊이 파 객토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바이러스 병 발생이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밭갈이도 깊이 한 후 양질의 밑거름과 미량요소(영양제) 등을 투입해 땅심을 키우고 토양 양분을 축적시켜 고품질 고구마를 생산하고 있다.
품종도 다양하다. 식감과 단맛이 좋은 일본 품종인 ‘하루까’를 비롯해 국산 개발 품종인 ‘호풍미’, ‘소담미’, ‘진율미’ 등으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에 맞춰 고구마를 생산, 판매하고 있다.
고 씨는 “고구마는 품종에 따라 맛과 식감은 물론 심는 시기와 수확 시기도 조금씩 다르다”며 “호박 고구마형 ‘호풍미’는 병해와 이상기후에 강해 재배 안정성이 있고, 달고 고소해 많이 심는다. 꿀고구마형 ‘소담미’는 당도 경쟁력과 장기 저장성이 강점이며, 밤고구마형 ‘진율미’는 부드러운 식감과 조기 출하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고 씨는 8월 하순부터 11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고구마를 수확한다. 3.3㎡(1평)에서 평균 11kg을 수확한다. 이는 다른 농가 8∼9kg에 비하면 많은 양이다.
수확한 고구마는 30∼35℃ 숙성실에서 3∼5일간 큐어링(수확 과정에서 발생한 표면 상처를 자연적으로 아물게 해 병균 침입을 막고 저장성을 높이는 과정)한 후 온도 10∼12℃, 습도 80% 저온 저장고에 보관한다.
고 씨는 여주 고구마 명맥 유지와 친환경 농업 활성화를 위해 경기도 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22년 9월에 친환경 고구마 재배 교육, 2023년 12월에는 친환경 감자 재배 교육도 추진했다.
지역과 농업의 내일을 함께 일구다
그는 현재 경기도 친환경 고구마·감자연구회장, 가남읍 새마을지도자 회장으로 활동하며 사회 취약계층과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에 고구마, 김장, 삼계탕 나눔 행사 등 지역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고 씨는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6월 경기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경기도 농업전문경영인에 선정됐다. 하지만 고 씨의 농업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 2023년 2월 수확한 고구마 출하와 감자 파종 준비 등으로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던 차에 두 차례에 걸쳐 법무부 직원과 경찰들이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들이닥쳐 18명이 단속됐다. 이들은 모두 불법 체류자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는 오천만 원의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그는 요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주시에서 처음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자’ 도입을 제안, 관내 농촌인력 수급에 일조하고 있으며 현재 가남농협 공공근로 TF팀을 꾸려나가고 있다. 고 씨는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으로서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 생산에 더욱 앞장설 것”이며 “여주시 공공형 계절근로자의 질적·양적 확대를 추진해 농업인들이 겪고 있는 인력 수급 문제를 해소하고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낮추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