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인벤토리’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는 배출 현황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핵심 기반이다. 특히 농업은 식량 생산과 환경 보전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분야인 만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밀한 관리가 중요하다. 경기도 농업의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과 활용 방향을 살펴본다.

글. 주옥정 농업연구사 |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탄소중립의 출발점, 온실가스 인벤토리

올해 봄은 유난히 큰 날씨 변동성을 보였다. 3월에는 벚꽃이 예년보다 빠르게 개화한 반면, 4월과 5월에는 초여름 수준의 고온과 일교차 15도 이상의 급격한 기온 변화가 반복되며 계절 간 완충 구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상 현상은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 상승과 변동성 확대로 우리가 점점 더 긴 여름과 경계가 모호한 계절 구조를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 긴급성, 피해 규모로 인해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은 선언이 아니라 반드시 이행해야 할 현실적 과제이다. 탄소중립의 실질적인 이행은 온실가스 배출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온실가스 인벤토리(inventory) 구축에 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의 기본 의무이자, 협약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설정하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온실가스 인벤토리란 온실가스가 어디서 얼마만큼 발생하는지 배출원 목록별로 자료를 구축한 것으로 에너지, 산업공정, 농업, 폐기물 등 배출원별 활동 자료와 배출 계수로 배출량을 산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비중에서 농업 분야는 에너지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만큼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농업 분야는 식량 생산이라는 필수적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에너지 사용에 의한 것보다 생물학적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부문으로 다른 산업과는 구별된다.

지역 농업 특성 반영한 탄소중립 전략 필요

지금까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관리돼 왔으나, 실제 탄소중립 정책의 실행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점에서 지역 단위의 세부적인 배출량 산정과 활용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지역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부문별로 구체적으로 산정하고, 배출원별 주요 영향 요인에 대한 감축기술을 개발해 정책과 연계하는 것은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연구이다. 특히 지방정부는 지역 산업 구조와 농업 환경, 주민 생활 특성을 가장 가까이에서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탄소중립 정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주체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대규모 인구와 높은 경제활동 수준을 바탕으로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는 대표적인 도농복합 지방정부로서, 농업 생산기반과 대규모 정책 수요를 동시에 갖추고 있어 탄소중립 정책의 이행 가능성, 확산성, 정책적 파급효과를 평가하기에 적합하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지역의 농업 활동 자료를 반영한 연도별 재배 부문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활용하여 경기도 농업의 특성에 맞는 탄소중립 기술 개발·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재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농경지 재배 면적 감소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단위면적당 배출량은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생산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즉, 경기도 농업 분야 온실가스 저감 전략으로 줄어드는 농경지 재배 면적에서도 안정적인 농업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과도한 비료의 투입은 억제하고 작물별 표준시비량 준수, 온실가스 저감형 농자재 선택과 효율적인 물관리, 토양관리, 품종 선택 등의 저탄소 기술 확산이 필요하다. 아울러 영농현장에서 노동력과 에너지를 줄이며 온실가스를 줄이는 벼 마른논 써레질 기술과 같은 영농 편의 탄소중립 실천 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생명을 키우는 농업은 단순한 생산 활동이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와 환경, 지역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책임지는 일이다. 이에 농업 분야의 탄소중립 목표는 일률적인 감축 논리만으로 접근할 수 없으며 작목별 재배 특성, 재배 방식 등의 구체적 영농 활동을 이해한 바탕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지역 농업의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이해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에 적용 가능한 감축기술을 개발·보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생명을 키우는 농업의 가치를 지키면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농업 현장에서 해결해 나가기 위한 핵심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