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에 휘둘리지 않고 ‘조절’하기
미래를 위한 적응, 영농형 태양광

2026년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사업의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다. 농지법상 8년에 묶여 있던 사업 기간이 23년까지 늘어나서 태양광 패널의 수명과 운영 기간이 비로소 맞아떨어졌다. 법 통과를 계기로 영농형 태양광 제도가 현실화되는 물꼬를 텄지만, 농업인 입장에서 더 중요한 의문은 태양광이 농사를 방해하지 않는가, 나아가서는 농사에 도움을 줄 수 있는가이다.

. 김택원 | 과학칼럼니스트

일반적으로 농지 태양광은 작물 생장과 수확량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는다. 그러나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의 장기 실증 분석에 따르면 벼·감자·배추·마늘·양파·배 등 주요 6개 작물에서 한국형 영농형 태양광 하부의 수확 감소율은 대체로 20% 미만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농업 소득의 일정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경제적 활용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후변화와 농업 자동화 흐름 속에서 영농형 태양광의 의미는 더욱 커질 수 있으며, 이를 이해하려면 작물의 생리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그늘이 자산이 되는 시대

식물에게 빛은 양분의 원천이지만 모든 빛이 양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식물의 엽록소는 빛을 많이 받을수록 광합성을 활발하게 한다. 그러나 빛이 일정 강도를 넘어서면 아무리 빛이 강해지더라도 광합성이 빨라지지 않는다. 식물생리학에서 ‘광포화점’이라 부르는 이 한계는 작물마다 다르며, 특히 기온에 따라 크게 변한다. 벼만 해도 서늘한 봄날에는 한낮의 직사광을 거의 다 양분으로 바꾸지만, 35도 폭염에서는 그 한계치가 약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엽록소가 흡수하지 못한 햇빛의 에너지는 잎의 온도를 끌어올리고 엽록소를 손상시키는 스트레스원이 될 수도 있다.

전남 보성에 설치된 영농형 태양광 실증단지. 패널 아래에서 벼가 자라고 있다. 한국형 영농형 태양광은
차광률 30% 미만을 표준으로 삼아, 하부 작물의 광합성을 보장하면서 발전을 병행한다. © 전라남도청

영농형 태양광이라는 발상도 사실 이 광포화점 원리에서 출발했다. 경작지 햇빛 중 32%를 차단해도 농사에 큰 문제가 없다는 계산은 한국의 차광율 기준 ‘30% 미만’과 거의 일치한다.

광포화 문제는 한반도의 여름이 뜨거워질수록 더 심해진다. 사과를 예로 들어 보자. 여름철 한낮 직사광선을 받는 사과 과실의 표면 온도는 대기보다 10도 가까이 높아져 40도 중반까지 치솟는데, 이 온도가 한두 시간만 이어져도 과피가 갈변해서 상품성을 잃는다. 만약 영농형 태양광 패널을 과수 위에 설치한다면 한낮 그늘을 만들어 갈변을 예방할 뿐 아니라 전력을 생산해서 부수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부수 효과는 더 있다. 패널 하부는 지온이 낮게 유지되므로 토양 수분 증발이 줄어들어 건기처럼 지속되는 요즘의 여름 가뭄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한편, 태양광 패널이 방파제 같은 역할을 해 태풍 피해를 줄이기도 한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전남 나주에서 진행한 배 과수원 영농형 태양광 실증사업에서는 2019년 태풍 링링이 닥쳤을 때 패널과 구조물이 강풍을 막아주면서 하부 낙과율이 노지 대비 약 40% 줄어들기도 했다.

농사를 방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최근의 농업용 태양광 기술은 상황에 따라 햇빛을 가리는 양을 능동적으로 조절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기술은 ‘양축 추적식 패널’이다. 패널을 기울일 수 있는 축에 설치해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거나, 작물에 빛이 필요한 시간대에는 세워서 그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전북 완주에서 양축 추적식 태양광 기술을 실증한 결과로는 수확량이 고정형과 거의 차이가 없으면서도 발전량은 3할 가량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전남 영광에 1MW 규모 설비가 준공되어 운영 중이다.

태양 위치에 따라 패널이 두 축으로 움직이는 양축 추적식 시스템. 일출·일몰 시간에는 모듈을 세워 하부 작물에 빛을 들이고,
한낮 폭염에는 눕혀서 고온 피해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 ㈜파루

프랑스 회사 선아그리(Sun’Agri)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사과, 포도, 라즈베리 등 과수 농가에 설치된 선아그리의 태양광 패널은 햇빛 강도와 기온 데이터를 측정하여 실시간으로 기울기를 조절한다. 골든 딜리셔스 사과원에서 진행된 실증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일소 피해가 13%에서 2%로 떨어졌으면서도 과실 크기에는 변화가 없었다. 포도원에서는 패널이 만든 그늘이 알코올 도수를 조절하고 산도를 보존해서 와인 품질이 오히려 좋아진다는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 남부에서 이 방식이 적용된 포도원·과수원이 이미 36곳, 추가로 60곳이 진행 중이다.

농지를 거의 점유하지 않는 방향도 있다. 독일 넥스트투선(Next2Sun)이 개발한 수직형 양면 패널은 농지 위가 아니라 이랑 사이 10미터 간격으로 펜스처럼 세워두는 형태다. 패널은 동서 양면으로 빛을 받고 그 사이 농지는 트랙터나 콤바인 같은 농기계가 자유롭게 다닌다. 독일 도나우에싱겐에서는 이 방식의 시설을 12헥타르 농지에 4메가와트 규모로 설치하여 패널이 없을 때와 거의 동일하게 보리, 콩, 건초를 재배한다.

독일 도나우에싱겐-아젠에 설치된 넥스트투선의 수직 양면 패널 단지. 패널 사이 10미터 간격에서 콤바인이 자유롭게 밀을 수확한다.
12헥타르 부지에 약 4메가와트 규모의 발전이 가능하다. © Knoblauch / Next2Sun

연구실 차원에서는 빛 자체를 골라 쓰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미국의 UC산타크루즈에서 개발한 ‘마젠타 색 파장 선택형 패널’은 식물 광합성에 상대적으로 덜 사용되는 청색과 녹색 일부를 주로 흡수해서 전기를 만들고 작물에 꼭 필요한 적색광은 그대로 통과시킨다. 토마토, 오이, 딸기 등 20여 품종 시험 결과를 보면 선택형 패널을 씌운 작물은 일반 온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자라거나 오히려 더 나은 경우도 있었다. 멀칭용 비닐이나 부직포에 박막 태양전지를 입혀 잡초를 막고 스마트팜 센서에 전원을 공급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태양광은 농사와 상충하는가. 식물 생리와 기후 변화, 그리고 진화하는 기술들을 함께 놓고 보면 답은 단순하지 않다. 분명 태양광 패널이 작물의 감수를 초래하기는 하지만, 잉여 햇빛을 걷어내고 미기후를 조절해주는 인프라가 농사에 보탬이 될 여지도 있다. 한국동서발전이 파주시에서 운영 중인 벼·콩 영농형 태양광 시범사업에서 보듯 최근의 기술과 운영노하우의 발전으로 노지 대비 9할 안팎의 생산성을 유지하는 데 이르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신기술에 대한 적응, 새로운 영농환경에 대한 적응을 앞둔 지금, 영농형 태양광은 농지를 발전사업에 내어주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농업 인프라 한 축을 미리 준비하는 시험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