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농가의 경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에너지·비료·사료 가격 상승은 농가 경영 안정에 직접적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과 협력해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농가 생산비 절감 기술’ 보급에 나서고 있다. 비용 절감 효과가 큰 19가지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농업 현장의 대응 전략을 살펴본다.
에너지부터 사료까지, 현장형 절감 기술 확대
경기도농업기술원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기술 가운데 즉시 현장 적용이 가능하고 비용 절감 효과가 높은 기술 19개를 선정해 보급하고 있다. 주요 분야는 시설원예, 축산, 비료 관리 등으로, 농가 부담이 큰 생산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시설원예 농가에는 고온기 내부 온도를 최대 4℃까지 낮출 수 있는 ‘수직 유동 확산형 순환팬’과 ‘차광도포제’ 기술을 보급한다. 여름철 시설 내부 온도 상승을 줄여 냉방 에너지 부담을 완화하고, 작물 생육 환경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이다. 축산 분야에서도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육계 농가에는 사육 환경에 맞춰 에너지 사용 효율을 분석할 수 있는 ‘에너지 부하 자가 진단 모델’을 지원해 최적화된 운영 전략 수립을 돕는다. 또한 농기계 연료 사용량을 최대 17.7%까지 줄일 수 있는 ‘벼 마른논 써레질’ 기술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사료비 절감을 위한 기술 보급도 함께 추진된다. 한우 농가에는 농산부산물을 활용해 사료비를 평균 16%까지 줄일 수 있는 ‘자가 섬유질배합사료(TMR) 제조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양돈 농가에는 인공지능(AI)이 어미 돼지 체형을 분석해 적정 사료량을 공급하는 자동 급이 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논 재배에 적합한 하계 풀사료인 ‘사료피’ 생산 기반을 확대해 사료 수급의 안정성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과학적 비료 처방과 시비 기술로 비용 감축
비료 사용량 절감 역시 생산비 절감의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과학 영농 기반의 적정 시비 실천을 통해 비료 사용 효율을 높이고 있다. 적정 시비를 실천할 경우 관행 대비 질소비료 사용량을 15.6%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진흥청 토양환경정보 서비스인 ‘흙토람’을 활용하면 작물과 재배 면적에 맞는 적정 비료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비료 사용을 줄이고, 토양 환경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가축분뇨 발효액 활용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질소(N), 인산(P), 칼륨(K) 합량이 0.3% 미만일 경우 살포가 제한됐지만, 이를 0.2%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비료공정규격’이 개정돼 6월 11일부터 시행된다. 비료를 토양 깊숙이 투입해 질소 손실을 줄이는 ‘깊이거름주기’ 기술도 함께 보급해 질소비료 사용량을 20~25%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번 기술 보급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서 농가의 경영 안정을 뒷받침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정주 경기도농업기술원장은 “불확실한 국제 정세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농가 경영 안정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현장 밀착형 생산비 절감 기술을 신속히 전파하겠다”며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활용 확대 등 장기적 관점에서 농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모든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밝혔다.
생산비 절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과학적인 기술 도입이 그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