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초등학생 맞춤형
농업·농촌프로그램 표준 매뉴얼 개발

. 차승현 농촌지도사|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031-8008-9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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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심는 것은 미래를 심는 일이다.

학교 안 작은 텃밭은 아이들이 생명의 경이로움을 만나는 훌륭한 교실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교육 현장의 학교 텃밭 프로그램은 양질의 교육 콘텐츠가 부족하여 단순히 작물을 심고 가꾸는 일이나 일회성 체험 위주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초등학생 방과 후 돌봄 등 변화하는 교육 환경에 발맞춰, 학교 현장에서 즉시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교육 모델을 제시하고자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서울교육대학교와 협력하였다. 그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바로 「경기도 초등학생 맞춤형 농업·농촌프로그램 표준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은 단순한 재배 안내서를 넘어, 우리 아이들을 농산물의 수동적인 ‘소비자’에서 농업의 가치를 깊이 이해하는 ‘능동적 생산자’로 성장시키기 위한 철학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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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단계에 맞춘 ‘나선형 교육과정’의 도입

이번 매뉴얼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의 인지 발달 단계를 세밀하게 고려한 ‘나선형 교육과정(Spiral Curriculum)’을 설계했다는 점이다. 한 번의 체험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년이 올라갈수록 농업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점진적으로 심화하고 확장되도록 구성했다.

우선 ▲1·2학년(친숙해지기 단계)은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임을 감안하여, 작물에 재미있는 스토리를 입히고 오감으로 체험하며 식물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집중한다. 이어지는 ▲3·4학년(비교·탐구하기 단계)은 감자와 고구마 등 서로 다른 품종을 비교 재배하며, 식물이 자라는 원리를 스스로 발견하는 과학적 탐구 능력을 기른다. 마지막으로 ▲5·6학년(창의·활용하기 단계)은 농업이 첨단 과학이자 매력적인 직업임을 깨닫는 시기다. 흙 없이 식물을 키우는 스마트팜의 원리를 이해하고, 직접 수확한 농산물로 요리하거나 상품을 기획해 보는 등 진로와 연계된 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즐거운 ‘모듈화’ 시스템

아무리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도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강사나 교사에게 부담이 된다면 정착되기 어렵다. 매뉴얼은 이러한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수업의 뼈대를 규격화하는 ‘모듈화(Modularization)’ 방식을 전격 도입했다. 다루는 작물이나 활동의 주제가 달라져도 수업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는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한, 교육 현장에서 흔히 겪는 병해충이나 물 주기 등의 문제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주 묻는 질문(FAQ)과 ‘A to Z 상세 지도안’을 꼼꼼하게 수록하여, 농업 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이 다소 부족한 교사라도 심리적 부담을 덜고 수준 높은 수업을 균일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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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과 농업인이 함께 웃는 내일의 경기 농업

이 매뉴얼의 개발은 단순히 교육계만의 경사가 아니다. 우리 도민들이 자녀의 교육을 통해 농업의 다원적 가치와 생명 존중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접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이 체계적인 매뉴얼은 경기도 내 수많은 농촌교육농장과 체험 농가들에게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농업인들은 이 매뉴얼을 활용해 자신의 농장에 맞는 고품질의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고, 교육용 재배 키트 제작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즉, 교육의 질적 향상이 농촌 체험의 수요 증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우리 농업인들의 소득 증대에 크게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다.

농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산업이자, 첨단 기술과 결합하여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 산업이다. 정성껏 마련된 「경기도 초등학생 맞춤형 농업·농촌프로그램 표준 매뉴얼」은 경기도농업기술원 누리집(자료실-농업기술원 인쇄자료)에서 누구나 내려 받아 활용할 수 있다. 이 매뉴얼이 도내 학교와 가정, 그리고 농업 현장 곳곳에 널리 퍼져, 경기도의 아이들이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배우고 미래 농업을 응원하는 든든한 지지자로 자라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