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체력을 회복해야 할 때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토양의 ‘기초 체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도내 밭 토양을 조사한 결과, 유기물은 부족하고 인산은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가 확인되면서 토양 관리 방식의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 정재원 농업연구사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업환경팀 031-8008-9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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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밭 토양 조사 결과가 말해주는 것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도내 16개 시군 190개 지점을 대상으로 밭 토양 환경 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조사는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4년 주기로 실시되고 있다.

조사에서는 토양산도(pH), 전기전도도(EC), 유기물, 유효인산, 교환성 양이온(K·Ca·Mg) 등 주요 화학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토양산도는 평균 6.6으로 작물이 잘 자라는 약산성 적정 범위(6.0~7.0)를 유지했다. 토양 염분 수준을 나타내는 전기전도도는 2021년 0.71dS/m에서 0.58dS/m로 감소해 염류 피해 우려가 없는 안정적인 수준(2dS/m 이하)으로 나타났다.

유기물은 감소하고 유효인산은 적정 수준 초과

우려되는 점은 토양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유기물 함량’의 지속적인 감소이다. 유기물은 흙을 부드럽게 하고 양분을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 평균 18g/kg으로 나타나 적정 범위(20~30g/kg)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2013년(23g/kg)부터 2017년(22g/kg), 2021년(20g/kg)을 거쳐 2025년(18g/kg)까지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유기물이 부족하면 토양이 쉽게 굳고 비료 효과도 떨어져 작물 생육과 수확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료 성분 중 하나인 인산 함량은 553mg/kg로 2021년 615mg/kg에 비해 감소했지만, 여전히 적정 범위(300~550mg/kg)를 넘어섰다. 인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작물이 다른 양분을 고르게 흡수하지 못하고, 비가 올 때 하천으로 흘러 들어가 수질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에 따라 인산질 비료 사용을 줄이는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환성 칼륨·칼슘·마그네슘은 전반적으로 큰 변동 없이 유지돼, 특정 양이온 결핍이나 과다 문제는 크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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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주는 비료’보다 ‘토양을 살리는 관리’로 전환해야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순히 비료를 늘리는 방식보다 토양을 회복하는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산질 비료 사용을 줄이고 유기질 비료 활용, 녹비작물 재배, 수확 후 볏짚이나 보리짚 등 작물 잔사를 토양에 환원하는 방법이 유기물 함량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와 더불어 정기적인 토양검정을 통해 토양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작물별 적정 시비 기준을 준수하는 것이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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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기본 조건

박중수 경기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장은 “경기도 밭 토양은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지만, 유기물 감소와 인산 과다라는 구조적 문제가 누적되고 있다”며 “농가에서는 정기적인 토양검정을 통해 토양 상태를 확인하고, 작물에 맞는 비료 사용 기준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토양은 농업 생산의 출발점이자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원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단기적인 생산성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토양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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