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 삶, 균형 맞춘 성공한 농업인 되고파
딸기농장 운영하는 권용일 대표

경기 용인시에서 딸기농장을 운영하는 권용일 씨는 대학 졸업 후 9년간 농사를 지으며 시행착오를 거쳐 연 2~3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버지의 지원과 자신의 도전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낸 청년농업인 권용일 씨를 만나본다.

. 백연선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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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단지 조성 공사가 한창인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죽능리. 거대한 공사 현장 옆에 자리한 농촌체험농장 ‘농장을 담다’에서 대표 권용일 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체험장을 정리하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딸기 수확 체험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깔끔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하루 대부분을 이곳에서 지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딸기 하우스 문을 열고, 바로 체험장으로 출근해 깨끗이 청소하죠. 찾아서 기분 좋은 농장, 깨끗한 농장을 만들어야 입소문이 나며 사람들이 찾는 농장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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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권유로 시작한 농사일이 천직이 되다

겉모습만 봐선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앳된 얼굴이지만, 권용일 씨는 이미 8살, 5살 두 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이면서, 영농 생활 9년 차에 접어든 중견 농업인이다. 그가 농업을 택한 것은 아버지 권순섭 씨(63)의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논농사와 수박 농사를 짓던 아버지 곁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농사일이 낯설지 않았던 데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함께 농사를 짓자’며 손을 내밀었던 분이 바로 아버지였다. 이에 권용일 씨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한국농수산대 채소과에 진학했고, 2017년 졸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처음 몇 년은 아버지와 함께 수만 평의 논농사를 지으면서 육묘장을 운영했고, 틈새 작목으로 하우스 수박을 재배했다. 그러나 아버지 밑에서 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일을 시작하고 2년여 정도 지날 무렵부터 갈등이 심해졌어요. 당시 아버지로부터 용돈을 받아썼는데 일한 만큼 경제적인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데다, 서로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사사건건 부딪쳤죠. 그때 처음으로 농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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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묘에서 딸기 농사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작목 전환

위기의 순간, 아버지 권순섭 씨가 결단을 내렸다. 시설채소의 전권을 아들에게 일임하고 적극적으로 밀어주기로 한 것이다. 권용일 씨가 농업후계자 자금을 지원받아 2,310㎡(700평) 규모 자신만의 영농기반을 마련한 것도 그 즈음의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0년대 초반, 새로운 어려움이 찾아왔다. 2만여 장의 육묘상자를 운반하다 허리 디스크가 파열되었고, 지역농협에서 육묘장을 개설하면서 소규모로 운영하던 권용일 씨의 육묘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작목 전환이 절실했습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방울토마토였죠. 하지만 겨울철 토마토 생육에 좋은 온도인 15℃를 맞추려면 난방비가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겨울철 난방을 많이 하지 않으면서도 하우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작목을 찾다가 떠올린 것이 바로 딸기였어요.”

먼저 딸기 농사를 시작한 대학 동문과 이웃 선배 농민들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육묘장의 문을 닫고 3,900㎡(1,200평) 규모의 딸기농장 문을 연 권용일 씨는 1만 3,000주의 모종을 심어 8,00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렸다. 첫해 농사치고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다. 판로도 안정적이어서 용인 지역 내 8곳의 로컬푸드 매장에서 모두 판매할 수 있었다. 생육에 온전히 정성을 쏟아 부은 덕분이었다.

“다들 딸기 한 주당 5,000원 정도 매출을 올리면 성공한 거라고 하는데, 그 이상을 올렸으니 첫해치고는 매우 성공적이었죠. 하지만 생육에 자신이 붙으면서 욕심이 생겼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권용일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체험농장으로의 전환을 결심했다. 딸기농장을 체험객들에게 전면 개방하고, 기존 육묘장 부지 일부 560㎡(170평) 규모를 활용해 에어바운스, 트램펄린, 모래놀이 등의 시설을 갖춘 가족 놀이시설로 꾸몄다. 한 살 터울의 아내 유소희 씨(31)도 운영 전반에 나서며 든든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의 이런 판단은 튼실한 결실로 돌아왔다. 지난해 딸기농장으로만 1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여기에 상추와 청경채, 수박 등 7,590㎡(2,300평) 규모의 시설채소에서 거둬들이는 수익과 합치면 2~3억 원이 훌쩍 넘는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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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 균형 맞춰 성공한 농업인, 멋진 가장 되고 싶어”

권용일 씨는 자신을 행운아라고 생각한다. 자신은 아버지의 도움을 밑천 삼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만, 청년들이 아무런 도움 없이 서울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후배 청년농업인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그런 면에서 저는 분명 행운아죠. 하지만 운만으로는 농사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자기가 일한 만큼 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게 농사일입니다. 그만큼 최선을 다해야 성공할 수 있죠. 여건이 어렵더라도 좌절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길이 있고, 그런 사람에게 농사는 한번 도전해 볼만한 블루오션일 수 있습니다.”

이런 그에게 최근 고민 하나가 생겼다.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1년 365일을 거의 농장에서 지내다 보니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제가 처음 수확 체험장을 생각한 것도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어섭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 나 자신은 물론 가족도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으니까요.”

일과 삶을 구분해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등 나름의 워라밸을 실천하고 있다는 권용일 씨는 “농사는 물론 삶과 일에서도 균형을 맞춰 아버지가 그랬듯 자신도 오래도록 농사지으며 멋진 가장으로 남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