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춘] 전통방법에 첨단기술 접목해 흑삼 생산하는 황용훈 대표, 태양열로 말린 흑삼으로 친환경 농촌융복합산업의 미래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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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30
전통방법에 첨단기술 접목해 흑삼 생산하는 황용훈 대표
태양열로 말린 흑삼으로 친환경 농촌융복합산업의 미래를 연다
농업회사법인 ‘다예랑’의 황용훈 대표는 동의보감의 ‘폭건법’을 현대적 특허 기술로 재해석해 전기를 쓰지 않는 태양열 건조 시스템으로 ‘검은 보석’ 흑삼을 만들어 낸다. 전통의 가치에 친환경 첨단 기술을 접목해 우리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황 대표를 만나본다.
글. 백연선 / 자유기고가 사진. 김정호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 고정리. 좁은 농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면 논밭 너머로 포도나무가 끝없이 이어진 산비탈이 펼쳐진다. ‘이런 곳에 찻집이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쯤 소박한 농가주택 입구에 ‘전통찻집’이라고 적힌 커다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청년 농업인 황용훈 대표(42)가 이끄는 농업회사법인 ‘다예랑’이다.
이곳의 풍경은 이색적이다. 어머니 예진선 씨(67)가 손님들에게 정갈한 전통차를 내어주는 동안, 아들 황용훈 대표는 태양 에너지를 활용한 첨단 특허 기술로 흑삼과 숙지황, 흑마늘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이곳의 흑삼은 동의보감에 기록된 전통 제조법을 현대화해 만든 제품으로, ‘검은 보석’이라 불리며 홍삼보다 월등히 높은 생리 활성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茶)와 인삼, 운명적인 만남
황 대표와 흑삼의 인연은 우연처럼 찾아왔다. 차를 좋아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보이차와 홍차 등 중국 차 문화에 매료되었던 그는 해군 군악대(호른 전공) 전역 후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러나 졸업 후 중국에서의 첫 직장은 차와는 무관한 자동차 부품 회사였다.
“10년 동안 정말 치열하고 재밌게 일했습니다. 중소기업 특성상 제품 개발부터 품질 관리, 영업까지 1인 다역을 소화했죠. 그러다 잠깐 한국에 나와 있던 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며 공백기가 생겼습니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진짜 내 일을 해보자’라는 결심이 섰고,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제 삶의 일부였던 차(茶)와 인삼이었습니다.”
전통 지혜를 현대 기술로 진화시키다
결심은 곧 실행으로 이어졌다. 2022년, 황 대표는 퇴직금 등 4억 5,000만 원의 자본을 투입해 고정리 땅 660㎡(200평)를 매입했다. 전통찻집의 문을 여는 동시에 본격적인 흑삼 연구에 매진했다.
처음에는 동의보감의 ‘구증구포(九蒸九曝, 아홉 번 찌고 말림)’ 방식을 고수했다. 사포닌 성분을 극대화하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손이 너무 많이 가고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황 대표는 고서와 현대 자료를 뒤지며 보완책을 찾았고, 결국 ‘폭건(曝乾, 햇볕에 말림)’이라는 전통 방식에서 해답을 얻었다.
그는 무농약 양액 담수 방식으로 재배한 인삼을 수확한 뒤, 전기 에너지 없이 오직 태양열만으로 건조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23년 5월 특허 출원한 ‘태양열 이용 소형 건조장치’가 그 핵심이다. 이 장치는 전통 폭건법의 원형을 유지하면서도 자동화 센서를 통해 실시간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전통의 감각에 현대적 정밀함을 입힌 셈이다.
다예랑 건물 옥상에 위치한 작업장은 일반적인 비닐하우스와는 구조부터 다르다. 태양광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설계된 특수 구조물 안에서 인삼, 지황, 표고버섯이 햇볕의 기운을 머금으며 말라간다. 전기는 일체 쓰지 않는 이 장치 안에서 인삼은 흑삼으로, 지황은 숙지황으로, 도라지는 흑도라지로 천천히 변모한다.
“환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통을 지키는 농업이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산업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황 대표는 재배(1차), 가공(2차), 유통(3차)을 결합한 ‘친환경 농촌융복합산업 플랫폼’을 지향한다. 이는 에너지 문제와 농촌 고령화, 소비자 신뢰 하락이라는 한국 농업의 구조적 난제를 풀기 위한 청년 농부의 야심 찬 도전이다.
이제는 화성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흑삼으로
성과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다예랑 가공실에서 생산한 흑삼액, 흑마늘즙, 쌍화차 등은 월평균 400만~1,500만 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초 출시 예정인 ‘새싹흑삼액’은 인삼의 잎과 줄기 등 버려지던 고함량 사포닌 부위를 활용해 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러한 혁신성을 인정받아 2025년 ‘경기도농업기술원 청년농업인 아이디어 사업화 공모’와 중소벤처기업부 ‘소셜벤처기업’에 잇따라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까지가 기반을 닦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차례입니다. 올해 ‘농식품 벤처’ 인증에 도전해 화성시를 대표하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입니다. ‘흑삼’ 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다예랑’이 떠오를 수 있도록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습니다.”
송산포도로 유명한 화성시 송산면에서, 태양으로 또 다른 ‘검은 보석’을 캐내는 황용훈 대표. 그의 열정이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밝히는 환한 등불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