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지만, 농업인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농업소득은 전국 평균이 전년 대비 14%, 경기도는 32%나 줄었다. 단순한 소득 하락이 아니라, 농업 경영 전반의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농업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이상기후의 상시화다.
글 이원석 농업분석팀장 / 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노지작물, 기후위기에 직접적 타격 받아
1~3월은 폭설, 4월은 이상저온, 여름철 폭염·열대야, 집중호우와 늦가을 장마까지, 기상 이변이 재배 단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기후 스트레스는 수확량 감소뿐 아니라 품질 저하를 가져와 판매단가를 떨어뜨린다. 피해가 두드러진 품목은 감자·배추·무·고추·옥수수·배·복숭아 등 노지작물 중심이었다. 재배환경을 조절하기 어려운 노지작물이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것이다.
기후위기와 비용의 상승
또 하나의 어려움은 생산비 상승이다. 비료·사료·에너지 등 핵심 투입재 가격은 여전히 부담 수준을 유지하며 경영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결국 기후위기와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압력이 농업소득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 적응 중심 기술의 생산체계로 전환 필요
이제 농업은 기존의 관행적 재배 방식에서 벗어나 기후 적응 중심의 기술 기반 생산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식량작물은 적기이앙, 물 관리 개선, 논·밭 배수 체계의 체계적 정비 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시설채소는 차광·안개분무·보온커튼·보광·히트펌프 등 온도·광 환경을 조절하는 기술의 활용도가 더욱 중요해졌다. 과수 재배에서는 방상팬, 열풍기, 미세살수 시스템, 차광망 등 냉해·일소피해 저감 기술의 보급 확대가 요구된다. 이러한 기술은 이미 농가 현장에서 효과가 검증되고 있으며, 적용 범위를 넓힐수록 기상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기술적 대응과 경영 안전장치 뒷받침 되어야
아울러 기후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농작물재해보험과 농업수입안정보험 등 소득 안전망 강화도 병행해야 한다. 기술적 대응과 경영 안전장치가 동시에 뒷받침될 때 농업은 기후 변화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농업은 이제 기후위기의 가장 앞선 현장에 서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농업기술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기술 기반의 기후 적응력이 결국 농업소득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핵심적인 해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