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춘] 동애등에로 애완동물 간식 개발한 조아름 씨 동애등에 건조·가공해 펫푸드 시장을 개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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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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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2
동애등에로 애완동물 간식 개발한 조아름 씨
동애등에 건조·가공해 펫푸드 시장을 개척하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라는 ‘동애등에’에 관심을 갖고, 이를 건조·가공해 사료 첨가제를 만들고 있는 조아름 씨는, 최근 동애등에의 단백질과 지방을 활용한 프리미엄 펫푸드를 개발해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주변의 이목을 끌고 있다.
글. 백연선 / 자유기고가 사진. 배호성
청년농업인 조아름 씨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의 농장 건물에 들어서자 가로×세로 각 1.6m가 넘는 대형박스들이 가득 들어차 있고, 그 커다란 박스 안에는 수많은 작은 유충과 성체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보기엔 다소 징그럽고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 작은 생명체가 바로 ‘펫푸드’의 핵심 원료인 ‘동애등에(Black Soldier Fly)’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라는 동애등에는 성장 속도가 빠르고,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아 최근 사료 산업의 새로운 단백질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찍이 이 동애등에의 기능성에 관심을 가지고 이곳에서 동애등에를 길러 애완동물용 사료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 청년농업인 조아름 씨(35)다.
폐기물에서 발견한 기회, 동애등에와의 만남
대학에서 영상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회사에 다니던 조아름 씨가 농업과 인연을 맺은 건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일이다. 당시 대형 폐기물 수집·운반업을 하던 부친 조호상 씨(67)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보며, 환경을 살리고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맏이인 아름 씨에게 사업을 제안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영상 관련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어요. 급여 수준도 열악한 데다 근무 강도가 너무 높았거든요. 월급 받아 병원비를 내고 나면 손에 쥔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죠. 그렇게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때 아버지께서 폐기물을 이용해 환경도 살리고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하셨어요. 당시 아버지가 수거해서 폐기하는 음식물 쓰레기 양이 하루에 1톤이 넘을 정도였거든요.”
아름 씨가 그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 지난 2015년의 일이다. 하지만 고민이 많았다. 호기롭게 시작을 했지만, 모든 것이 낯설었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그때 자료를 뒤적이던 아름 씨의 눈에 든 것이 바로 동애등엣과의 작은 곤충인 동애등에였다. 동애등에는 당시 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사료 곤충으로 각광받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이를 기르는 농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생소했다. 이에 아름 씨는 자료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곤충산업연구회나 4-H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만난 여러 축산농가 등에 조언을 구했다. 이와 함께 <누리살림>이라는 농업회사법인을 만들어 본격적인 생산 채비를 갖춘 2020년, 한 곤충 농가로에서 어렵사리 얻은 동애등에 알 5g을 가지고 연구를 거듭해 번식에 성공했다. 이듬해 말에는 동애등에 유충을 원적외선으로 건조해 사료 첨가제를 만드는 데 성공한 아름 씨는 인근 양계장 등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계속해 지금은 여러 양계장과 축산농가에 동애등에 사료를 공급하고 있다.
동애등에 유충은 닭이나 소 등 일반 축산 단백질에 비해 알레르기 유발률이 낮고, 필수 아미노산과 칼슘, 오메가 지방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백질 함량은 건조 기준 약 40~50%에 달하며, 소화 흡수율도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근엔 알레르기·비만 등 특정 질환을 고려한 ‘기능성 사료’ 시장에서 곤충 단백질이 대체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사육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고, 음식물 쓰레기를 원료로 활용할 수 있어 환경적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동애등에를 잘만 활용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고, 부가가치도 높일 수 있어 환경 정화와 새로운 수익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는 것. 하지만 동애등에 사료가 처음부터 축산농가들의 반응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아름 씨는 “처음엔 곤충을 사료로 쓴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농가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존 사료에 10% 정도의 비율로 동애등에 분말을 첨가해 닭과 소, 돼지 등에 급여하면 털에 윤기가 돌며 생기가 살아나는 등 효과가 좋다는 것이 알려지며 가축의 보양식으로 찾는 농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배즙, 배잼, 배막걸리… 먹골배 활용한 다양한 가공품 개발
하지만 농장일이 본궤도에 오를 무렵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 닥쳤다. 남편 양 씨가 위암 선고를 받은 것. 병석에 누운 양 씨는 1년을 투병하다 서른일곱 살 젊은 나이에 어린 두 아들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다. 2022년 1월의 일이다.
“너무 억울했어요. 고생이 끝나고 이제 뭔가 해보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던 때였거든요. 남편이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뒤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정신이 나간 상태로 1년을 지냈죠.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죠. 아이들을 봐서라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삶의 의지를 다진 지은정 씨는 우선 청년창업농자금을 지원받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 먼지 쌓인 착즙 기계들을 재정비해 가동에 나섰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식품가공과 관련해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이런 노력으로 생산이 본격화되며 본인이 재배한 배만으로는 물량이 부족하자, 인근 배 재배 농가와 계약을 맺고 물량확보에 나서 한 해 10톤을 공급받아 100㎖ 기준 12만 봉을 생산해내고 있다.
물론 모든 게 순탄치 않았다. 처음 배즙을 내놓았을 때는 판로를 찾기 어려웠다. ‘농부가 만든 가공품’이라는 이유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는 직접 시식 행사를 열고, 지역 축제와 박람회에 참여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리하여 정성껏 만든 배즙을 맛본 이들 사이에서 “시중 제품보다 훨씬 맛있다.”, “진짜 배 맛이 난다.”라는 입소문이 나며 도담의 배즙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지역 내 로컬푸드 매장, 직거래를 통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펫푸드 시장의 새로운 도전,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으로 입증
하루 약 500kg~1톤 정도의 유충을 생산해 미강 등과 섞어 사료 첨가제로 납품하고 있는 아름 씨가 지난해 거둬들인 수익은 1억 3,000만 원이 넘는다. 찾는 이들이 늘고 있어 올해 수익은 2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름 씨의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올해 초 경기도 4-H 청년농업인 아이디어 지원사업에 응모해 1억 원(자부담 20% 포함)의 사업비를 지원받은 것을 계기로 동애등에를 활용한 애완동물 간식을 개발, 올해 말부터 네이버 스토어 등을 통해 본격적인 판매에 나설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상품은 동애등에 단백질로 만든 파우더와 지방을 활용해 만든 ‘펫 버터 스프레드’ 3종류로, 지난 10월 30일 경기도 농업기술원에서 열린 <2025년 청년농업인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신박한 아이디어 상품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9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펫 박람회에서 처음 상품을 선보였는데 그때 반응이 너무 뜨거웠어요. 강아지와 고양이 등이 핥아먹기 좋게 만들어 간식이나 훈련 보상용으로 많이 좋아해 주셨죠. 맛과 향 등 그때 나왔던 소비자들의 반응을 제품에 반영해 보다 업그레이드 된 상품을 선보인다면 새로운 펫푸드로서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제품을 생산해 환경을 지키고 인간과 가축, 애완동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조아름 씨는 앞으로도 농업과 환경, 그리고 반려동물 산업의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인 도전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