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어본 남한산성에서
오색 단풍에 취하다

어여쁜 산이 그리워 떠난 남한산성은 수목림과 어우러져 사시사철 제법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나 요즘 같은 계절이면 오색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는데, 12km에 달하는 5개의 둘레길 코스를 욕심 없이 걷다 보면 가을이라는 계절이 마냥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 강다현 / 자유기고가사진. 배호성

고요하거나 웅장하거나
오색 자수 닮은 5개의 길이 지어내는 이야기

대한민국 단풍 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남한산성은 총 5개의 둘레길 코스로 구성됐으며, 각각의 구간은 마치 하나의 오브제처럼 저마다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 길들을 따라 걷다 보면, 역사적 유적과 이 계절이 만들어 내는 절경에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걸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길의 1코스와 2코스, 그리고 4코스는 산성로터리에서 또 3코스와 5코스는 경기도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재밌는 건 샛길이 많아 꼭 탐방로를 따라 걷지 않아도 되며, 자신의 능력에 맞춰 여유로이 즐겨도 좋다는 것이다. 다만 안전사고가 빈번한 요즘이니 가능한 잘 정비된 길을 따라 걷는 게 좋겠다.

영화 ‘남한산성’ 속 그곳에서
평화로운 하루를

남한산성은 1624년(인조 2년) 험준한 지세를 이용해 건설한 거대 산성으로,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 세워진 주장성(晝長城) 터를 기본으로 축성됐다. 서울과 근접한 지리적 이점이 고려되었으며, 1626년(인조 4년) 완공 후 이괄의 난을 겪고 난 뒤 왕실의 대피처인 보장처(保障處)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636년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이를 두고 우리는 병자호란이라 부른다.

조선시대 인조와 조정이 청나라의 침입을 피해 47일 동안 남한산성에 머물렀을 때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남한산성>은 당시의 참혹한 모습을 잘 담아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늘날의 남한산성은 평화롭기까지 하며, 주말이면 등산객들과 시민들이 한대 어우러져 마치 축제의 장을 연상케 한다. 산성로터리 주변으로는 맛좋기로 유명한 식당과 카페들이 즐비해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즐겨 찾기도 하며, 2014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성곽 여행도 좋지만
드라이브 즐기기에도 그만

남한산성의 단풍은 보통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가 절정이다. 2025년 첫 단풍 예상일은 10월 17일로 참나무,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단풍 터널이 절경이다. 이 길들을 걷다 보면 마음의 안녕을 담보 받을 수 있다. 특히 서문에서 북문으로 이어지는 구간과 영월정 주변은 단풍이 가장 아름다운 포토존으로 꼽혀 연인들의 꽁냥꽁냥한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핫스팟이기도 하다.

남문, 북문, 서문, 동문을 차로 한 바퀴 돌아 나올 수 있는 성곽순환코스는 그 거리는 짧지만, 꽤 인상 깊은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어 다시 한번 찾을 요량이다. 서울과 성남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포인트들도 많아 도심 속 힐링 코스로 추천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