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벗삼아 트레킹하기 좋은
오산 독산성에서 초가을과의 마중

오산시 지곶동에 자리하고 있는 독산성(獨山城)은 사적 제140호로 다른 이름으로는 ‘독성산성(禿城山城)’이라고도 불린다. 임진왜란의 영웅인 권율 장군의 일화가 담겨 있는 이 길은 초가을 부담 없이 트레킹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 강다현 / 자유기고가사진. 배호성

삼국시대 축성된 전략적 요충지
평야에 홀로 솟아 앉은 독산성

삼국시대 때 백제에 의해 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독산성은 해발 208m의 비교적 나지막한 산인 독산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독산성은 군사적 요충지로 성 둘레만 1,100m에 이른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제법 일품으로 주변의 시야를 가리는 것 없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굽이굽이 성벽따라 마주하는 풍광은 꽤 옹골차기까지 하다. 한편 조선시대 정조 16년(1792년)에 대규모 개축이 이뤄졌으며, 성문 4개와 암문 1개가 현재까지 잘 보존되어 그 역사를 보듬고 있다. 또한 조선의 여러 왕들이 친히 독산성을 점검했는데, 이 가운데 사도세자와 정조에 얽힌 이야기도 꽤 흥미로우니 귀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

독산성의 총연장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1,100m이며, 내성은 400m에 달하는 아담한 산성이다. 기록에 의하면 본래 백제가 쌓은 고성으로 통일신라 때나 고려 시대에서도 군사상 요지로 이용되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독산은 본래 석대산, 향로봉이라고 불려 왔고 조선시대에는 독산성이라 불려 왔으나 임진왜란 때 권율 장군이 폈던 진묘한 병법 전략에 연유해 지금은 ‘세마산(洗馬山)’ 또는 ‘세마대(洗馬臺)’라고도 불린다.

조용한 숲길 따라가면 만나는
보배가 쌓이는 절 보적사

독산성으로 가려면 먼저 작고 조용한 숲길로 꾸며진 오르막길을 따라 올라야 하는데, 부담 없이 산책하는 마음으로 걸어도 충분한 난도다. 그렇게 잠시 걷다 보면 삼천리 북 카페가 나오고 이 북 카페를 지나면 천년 고찰인 보적사(寶積寺)에 다다르게 된다.

보적사는 401년(백제 아신왕 10년)에 창건된 사찰로 관련한 전설이 흥미롭다. “춘궁기라 먹을 것이 고작 쌀 한 되밖에 없던 노부부가 있었어. 그 노부부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식량의 전부인 쌀 한 되를 부처님께 공양하고 집에 돌아왔지. 그런데 자신들의 집 곳간에 쌀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다지. 이를 부처의 은혜로 여긴 부부는 이후로 더욱 열심히 공양했고, 보배가 쌓인 절이라는 뜻의 ‘보적사’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어.” 마을 주민인 한 어르신의 설명이다. 보적사는 독산성 동문에 위치한 작은 사찰로,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그동안 품어온 소원 하나쯤을 빌어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보적사를 뒤로하고 독산성 성곽길로 접어든다. 현재 독산성은 400m 정도의 성벽과 4개의 문이 남아 있다. 능선처럼 옛 성곽 터를 따라 걸으며 오산의 풍경을 한눈에 보는 맛이 일품이다. 독산성 정점에 오르면 세마대지가 나온다. 세마대는 ‘말을 씻긴 곳’이라는 뜻으로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이곳에서 보여준 지혜와 혜안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무르익을 온전한 가을을 맞이하며 걸어본
숲과 역사 품은 길

세마대지 옆 정자는 1957년에 복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정자의 현판과 내부에 새겨진 글씨 판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이다. 이밖에도 성곽 주변 곳곳에 전망대와 벤치들이 마련돼 있으니 아름다운 고장 오산의 풍경을 충분히 눈에 담아가길 바란다.

그렇게 세마대지를 지나면 여계숲길 삼림욕장으로 이어지는데, 숲이 선물하는 신선한 가을 공기를 만끽하며 하산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다. 그 길 중간엔 지석묘군인 금왕동 고인돌공원이 있다. 지석묘는 청동기시대 지배계급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고, 고인돌공원 바로 옆에는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은빛개울공원과 딱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잠시 숨을 고른 뒤 크게 기지개를 켜보자. 무르익을 온전한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