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비량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전통주의 약진

통계청에 따르면 1993년 1인당 쌀 소비량은 110.2kg이었으나, 2024년에는 55.8kg으로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다양한 쌀 가공품을 개발하는 등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먹거리가 풍부해진 데다 젊은 세대의 입맛 변화와 탄수화물 섭취 제한 등의 이유로 쌀 소비를 늘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쌀 가공품이 있다. 바로 ‘전통주’다.

막걸리, 약주 등 대부분의 전통주는 쌀을 주원료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전통주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쌀을 소비할까? 예를 들어, 2017년 안동시 조사에 따르면 안동 지역 7개 양조장이 연간 사용하는 쌀의 양은 약 570t, 즉 80kg 가마 기준으로 약 7천 가마에 달한다. 이는 안동시 전체 연간 쌀 소비량(1만 540t)의 약 5.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 소주 시장의 10%만 국산 농산물로 대체하더라도, 매년 약 3만 6,000t의 쌀 소비가 가능하다고 한다. 막걸리의 쌀 소비량도 상당하다. 중견 막걸리 양조장의 예를 들어보면, 하루 4회 가동하는 400kg 투입 탱크를 기준으로 한 달(25일) 동안 약 40t, 연간 약 480t의 쌀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연간 약 2천 가구가 소비하는 양에 해당한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전통주 연구
경기도 전통주 성장 이끌어

술은 농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산업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들은 포도가 풍부하여 자연스럽게 와인과 브랜디(와인 증류주) 산업이 발달했다. 반면 영국, 아일랜드, 독일 등 중부 유럽 지역은 보리 생산이 많아 맥주와 위스키가 발전했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주 제조에 지역의 쌀과 농산물이 활용된다. 많은 쌀 가공품이 가격 문제로 수입쌀을 사용하는 반면, 전통주는 관련 법령에 따라 반드시 국산 쌀과 농산물만을 사용해야 한다. 전통주 소비가 곧 국산 쌀 소비로 이어지는 이유다. 전통주의 소비 확대는 농민들의 소득 증대와 직결되며, 이것이 우리가 다른 어떤 술보다 전통주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이처럼 전통주는 농업과 깊은 연관이 있다. 경기도는 이를 인식하고 2007년부터 전통주 진흥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전국 최초로 ‘가양주 주인 선발대회’를 개최하고 이를 꾸준히 운영해 왔으며, 경기쌀 사용 업체에 대한 보조와 막걸리 축제 지원 등을 통해 전통주 소비 활성화에 이바지해 왔다. 또한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전통주 연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면서 영세 양조장의 신제품 개발, 현장 애로사항 해결, 품질 개선을 위한 컨설팅 등을 수행해 왔다. 양조장들의 노력에 더해 행정과 연구의 꾸준한 지원이 경기도 전통주의 성장을 끌어낸 것이다.

2009년부터 약 40종에 이르는
전통주 개발과 기술이전

기술이전 제품 홍보를 위한 전통주갤러리 행사

이처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다양한 전통주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나,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술을 시중에서 쉽게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것은 전통주 시장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전통주의 인기가 높아졌다고는 하나, 전체 주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국내 주류 시장 출고 금액은 약 10조 695억 원이며, 이 중 맥주와 소주가 8조 1,804억 원으로 81.3%를 차지한다. 반면, 전통주의 출고 금액은 1,475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2019년(0.59%)보다 비중이 늘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전통주의 시장 점유율이 낮은 이유는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 인식 부족, 그리고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 구매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는 전통주

전통주는 다른 주류와 달리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대부분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전통주 제품들도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전통주의 온라인 상업 판매는 2017년 7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허용되었으며, 현재는 대부분의 대형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플랫폼에서 전통주가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에서도 ‘선물하기’ 항목에 전통주가 포함될 정도로, 이제 전통주 구매는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니다. 초기에는 판매 방식과 홍보 측면에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재는 온라인 판매가 전통주 유통의 핵심 채널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전통주를 전문으로 다루는 바틀샵들도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일반 주류 바틀샵의 한 코너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전통주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바틀샵이 전국적으로 약 120곳 이상 운영 중이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바틀샵에서는 전통주를 직접 추천받을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간단한 시음도 가능하다. 전통주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술을 발견할 좋은 기회가 된다. 일부 바틀샵은 간단한 안주와 함께 전통주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단순한 판매를 넘어 전통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낡고 고리타분한 이미지 벗고
독특하고 트렌디한 문화로 자리 잡아가

일반 주점에서도 전통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주 하면 과거에는 막걸리와 파전을 떠올리는 다소 소란스러운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다양한 전통주를 즐길 수 있는 전통주 전문 주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전통주 전문 주점은 기존 주점과는 차별화된 음식 구성과 전통주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 새로운 술을 경험하는 즐거움을 더한다. 특히 강남, 홍대, 이태원 등 이른바 ‘핫플레이스’에서 전통주가 와인이나 사케 대신 즐겨 마시는 술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제 전통주는 낡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고, 독특하고 트렌디한 술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경기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전통주 역시 이러한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지만, 아직은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온라인 쇼핑몰이나 바틀샵, 전통주 전문 주점 등에서 경기도에서 개발한 전통주들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전통주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나아가 전통주 소비문화 전반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