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너머로 한 걸음

이천 치유농원 서로

힘이 없어서 못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안 움직여서 힘이 없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농작물을 보살피고 움직이다보면 건강이 살아난다고 믿는 사람. 그 사람이 만들어 나가는 치유농원은 어떤 모습인지 찾아가 봤다.

한현성 자유기고가 사진 배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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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들과의 동행, 치유농원 ‘서로’

경기 이천시 백사면에 위치한 ‘치유농원 서로’. 양돈업에 종사하던 엄철용(58) 대표가 2015년 관광농원으로 문을 열었고 2023년부터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치유농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되는 체험프로그램은 맨발걷기(어싱), 사과대추 수확, 한 평 정원 가꾸기, 식용꽃쌀강정 만들기, 수제덖음차 만들기, 흙으로 직접 빚어 생활자기 만들기, 겨울철 썰매타기, 목공예 등이 있다.

특히 엄 대표는 농장에서 제공하는 치유농업 서비스가 실질적으로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떤 효과를 주는지 확인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연세대학교 일반대학원 작업치료학과와 업무협약(MOU)을 맺은 후 효과성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들어봤나요? 라이스홀, 어싱지팡이

치유농원 ‘서로’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하나 더 있다. 미국 스포츠방송사인 ESPN에서 방영 중인 ‘콘홀’을 본 따 만든 ‘이천라이스홀’이다. 콘홀은 옥수수를 채운 손바닥 크기의 주머니를 10여 미터 떨어진 구멍에 던져 넣는 경기인데, 이천라이스홀은 옥수수 대신 이천 쌀을 넣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데다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점 때문에 재활운동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원은 라이스홀 전용 경기장을 갖추고 이천라이스홀 학교도 운영 중에 있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또 한 가지 독특한 도구가 있는데 바로 엄 대표가 직접 개발한 ‘어싱지팡이’다. 설명은 이렇다.

“도체(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로 제작한 지팡이로 땅을 짚는 순간, 몸에 흐르고 있는 양전하(활성산소)가 땅속으로 흘러들어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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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를 넘어서는 한 걸음

엄 대표에 따르면 농원을 방문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은 높은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어떤 부모는 장애인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어서 다리 밑에 가서 한참을 보내곤 했다며, 이제는 농원에 오는 것만으로도 치료가 되는 느낌이라고 고마워하더라고요.”

엄 대표 스스로도 발달장애인들이 편하게 쉬고, 그 가족들이 서로 공감, 또는 교감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조금씩 치유되길 응원하고 있다.

“성장이란 게 어제의 한계를 오늘 조금 더 넘어서는 거, 한계 너머로 한 걸음 내 딛는 것 아닐까요? 그 한 걸음을 같이 내딛고 싶습니다.”

주소
경기 이천시 백사면 모전리 982번지

예약문의
010-8787-6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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