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춘] 반려동물 간식 만드는 체험공방 운영하는 이서영 씨 반려견과 견주, 모두 행복한 공간을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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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30
반려동물 간식 만드는 체험공방 운영하는 이서영 씨
반려견과 견주, 모두 행복한 공간을 꿈꿔요
경기 여주시 금사면에 자리한 ‘빵실이네’는 젊은 농부 이서영 씨(24)가 직접 재배한 미니 단호박과 고구마로 반려견 간식을 만들고, 반려견과 견주가 함께 뒹굴며 뛰어놀 수 있는 체험 공간으로, 반려동물과 사람 모두에게 건강과 행복을 전하는 새로운 농업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백연선 자유기고가 / 사진. 배호성
2002년생 파티시에 서영 씨
여주시 금사면에서 차로 10여 분을 달리다 보면, 야트막한 산자락에 우뚝 선 작업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1월에 문을 연 ‘빵실이네’다. 건물 앞에 도착해 입구를 서성이자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두 마리의 커다란 반려견 조이와 세모였다.
‘혹시 빵집인가?’ 싶었던 이곳은 젊은 농부 이서영 씨(24)가 직접 지은 농작물을 활용해 반려견의 간식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 공방이다.
2002년생 서영 씨의 꿈은 하얀 모자에 앞치마를 두르고 맛있는 빵을 구워내는 파티시에였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고 일찍이 파티시에를 꿈꿔왔던 그녀가 경기 광주에 있는 특성화고에 진학해 식품가공학을 전공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케이크를 만들고 빵을 굽는 달콤한 상상을 하며 일을 배웠지만, 파티시에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거칠고 고단했다. 하루 종일 서서 반죽을 치대고 오븐 앞을 지키는 고된 노동 속에서 그녀는 “이 길이 정말 나에게 맞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파티시에에서 농부로 젊은 귀농인이 여는 새로운 농업의 길
학교를 졸업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그녀가 방향을 튼 것은 뜻밖에도 농삿일이었다. 경기 광주에서 교육교재 납품업과 함께 숲 체험장을 운영하며 귀농을 꿈꾸고 있던 부친 이세일 씨(53)가 “농업도 해볼 만한 일이니 함께 농사를 지어보자.”라며 손을 내밀었고, 주저 없이 그 손을 잡으며 인생행로가 바뀌게 된 것이다.
“아버지는 젊은 여성이 농사를 지으면 나라에서 주는 혜택이 많다고 하셨어요. 농사도 잘만 지으면 웬만한 직장생활보다 낫다고 하시면서요. 그러면서 힘든 농삿일은 내가 할 테니 제게는 그걸 가지고 가공식품을 한번 개발해 보라고 하셨죠.”
그렇게 그녀는 지난 2021년 가족과 함께 경기 광주에서 지금의 금사면 도곡리로 터전을 옮기고 1,980㎡(600평) 규모의 밭에서 미니 단호박과 고구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부친과 함께 농사를 짓는다고 하지만 작물을 가꾸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스무 살을 갓 넘긴 아가씨가 흙을 만지며 밭에서 뒹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두는 일이 보람되고 재밌었다.”고 말한다.
서영 씨의 농업 여정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귀농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식품가공을 배우고 농작물을 재배한 경험을 살려, 자신만의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직접 기른 미니 단호박과 고구마로 반려동물 간식을 만들어보기로 한 것이다.
“강아지를 기르면서 반려동물 간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마트에서 사오는 간식은 무슨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 수 없거든요. 우리 강아지에게 건강한 간식을 먹이고 싶다는 생각에 간식을 직접 만들어 먹이면서 ‘이걸 상품화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아이디어는 곧 실행으로 이어졌다. 서영씨는 우선, 청년창업농 지원 사업에 도전해 2023년 3억 8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종자돈을 마련했다. 그 돈으로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들어간 그녀는 먼저 체험실을 짓고, 6개월간 직접 재배한 미니 단호박과 고구마에 쌀가루와 코코넛오일을 첨가한 건강 간식을 개발했다. 맛은 물론 반려견의 건강까지 생각한 이 간식을 대량생산하는 대신 체험프로그램과 연계해, ‘견주가 직접 만든 간식을 반려동물에게 주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1월 체험공방이 문을 연 이래 이 체험 프로그램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플레이스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며 주말이면 반려견을 데리고 농장을 찾는 가족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보통 애견카페라고 하면 강아지는 마당에서 뛰어놀고 견주는 따로 차를 마시거나 핸드폰을 보는 모습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여기는 달라요. 온 가족이 함께 반죽을 빚어 간식을 만들고, 그걸 강아지에게 먹이면서 함께 즐기는, 그야말로 반려견과 견주 모두 행복해지는 공간이죠.”
건강한 간식과 체험으로, 반려견과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
이서영 씨가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은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에 머물지 않는다. 견주와 반려동물과의 관계, 건강한 먹거리, 농작물의 가치, 체험교육을 함께 생각해 보는 복합 콘텐츠다. 이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그녀는 반려견과 함께 한나절 놀 수 있도록 바비큐 시설을 갖춘 공간을 대여하고 있으며, 오곡나루 축제·참외축제 등 지역 축제나 지역 초등학교 교육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일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빵실이네’는 지난해 1,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첫 해임을 감안해도 노력에 비해 아쉬운 결과지만, 그녀는 결코 조급해하지 않는다. 한두 해 하다 그만둘 일이 아니기에 자리를 지키며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매출도 자연스레 오르게 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자신의 일을 단순한 농산물 판매가 아닌 ‘농사도 콘텐츠가 되는 시대를 여는 일’이라고 믿고 있는 서영 씨는 조만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빵실이네’를 본격적인 반려동물 콘텐츠 플랫폼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농업도 결국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로 설득하는 일이에요. 저는 직접 농사지은 작물로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농업으로 억대 소득을 올리는 농부가 되어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