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지역특화 벼 품종 개발
어디까지 왔나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70만 7,872ha이며, 경기도 벼 재배면적 7만 3,187ha로 전국의 10.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의 주요 밥쌀용 벼 재배품종은 조·중생종으로 알찬미, 해들, 고시히카리, 중만생종은 참드림, 삼광, 추청 등이 있으며, 최근 지역특화 품종으로는 진상, 골든퀸3호, 꿈마지 등으로 발 빠르게 확대 중이다.

편집실

도정특성과 밥맛이 우수한 경기米 ‘연진’의 개발 비화

경기도 벼 재배면적의 23.4%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추청벼’는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의 우려로 재배 안전성 면에서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경기도농업기술원은 2003년부터 경기지역에 적합한 밥쌀용 벼 신품종 육성을 시작하였고, 추청벼를 대체하기 위한 우수한 고품질 밥쌀용 벼 품종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맛드림, 참드림, 정드림, 꿈마지, 수려미가 개발되었고, 수발아에 취약한 기존 중생 품종을 대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밥맛이 우수한 중생종 신품종인 ‘연진’을 육성하게 된다.

연진은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중생종 숙기를 갖추면서 수량성과 밥맛이 좋은 밥쌀용 벼 품종 개발을 목표로 하여 육성한 벼로써, 2011년에 밥맛이 우수한 중간육성 계통인 ‘SR29791-HB2906-250-1-HS3-3’와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 ‘하이아미’를 교배하였고, 2012년 동계 약배양으로 변이를 고정한 후 2014~2018년 포장에서 계통으로 육성하여 수중형이며 미질특성이 우수한 ‘GGR0566-AC88-76-2-3-1-E1’를 선발하였다.

이후 2018년에 생산력 검정 예비선발시험(OYT)을 실시하였고, 2019~2020년 생산력검정 본시험(RYT)을 실시하였다. 이 계통을 밥맛이 우수한 중생종 ‘경기15호’로 계통명을 부여하여 2021~2023년까지 총 3년간 3개소(화성, 여주, 연천)에서 지역적응시험(LAT)을 실시한 결과 2023년 중생종으로 도정특성과 밥맛이 우수한 품종으로 인정되어 ‘연진’으로 명명하였고 벼 신품종으로 등록하게 됐다.

‘연진미’가 담긴 〈연천쌀〉 출처: 연천군

종자주권과 기후변화에 대응 가능한 토종 품종의 개발

케냐(Kimani et al, 2011), 인도(Burman et al, 2018) 등 해외의 경우 해당 지역의 주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벼의 품종 개발 과정 초기부터 농민이 참여하여 품종을 육성하는 사례들이 보고되어 있으나, 산업체와 소비자 등이 참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립식량과학원을 필두로 소비자, 생산자, 유통 관계자가 함께 벼 품종을 개발하여 보급하는 수요자 참여형 품종 개발 프로그램(SPP: stakeholder participatory program)을 선행해 쌀 산업에 관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신속히 대응하고 있다.

한편 경기도는 일본에서 도입한 외래품종인 ‘아끼바레’와 ‘고시히카리’를 각각 1970년대와 2000년대에 도입하였는데, 2012년 기준 경기도 벼 재배면적의 67%를 차지할 만큼 가공업체(RPC)들에서 선호해온 품종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일본 유래 품종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의 안전성과 병해충에 취약하다는 특성이 동시에 드러나면서, 국내육성 품종의 보급확대를 통한 종자주권 확립 및 다양한 위기에 대응이 가능한 우리 벼의 개발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었다.

따라서 다양한 연구와 개발이 진행되었고 그 결과 2023년 기준 경기도 벼 재배면적의 70%가 국내육성 벼 품종으로 대체되었으며, 반면 외래품종은 30%로 그 비율이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는 정부기관과 민간 육종회사에서 기존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양방향·다방향 육종체계를 적극 활용하는 등 쌀 산업의 이해당사자가 함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물로는 여주 ‘진상미’, 화성 ‘골든퀸3호’, 고양 ‘가와지1호’, 평택 ‘꿈마지’, 이천 ‘해들·알찬미’, 김포 ‘한가득’, 수원 ‘정다미’, 포천 ‘청품’ 등의 지역특화 벼 품종이 있다.

‘골든퀸3호’가 담긴 〈수향미〉 출처: 화성시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지역특화 벼 신품종 개발을 위한 기준

공시계통 및 재배법

경기미의 국내외 시장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기도에서 육성한 우량계통을 대상으로 고양은 ‘경기9호(가와지1호)’, 평택은 ‘경기12호(꿈마지)’, 안성은 ‘경기14호(수려미)’를 유망계통으로 공시하였으며 대비품종은 고양·안성 ‘고시히카리’, 평택 ‘추청’으로 생태형이 동일한 품종으로 하였다. 현지 관행재배법에 따라 지역적응시험과 현장실증을 동시에 실시하였으며, 지역별 광범위적응성을 검토하고 재배법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였다.

특성조사

벼의 생육, 수량구성요소 및 쌀 수량 등 주요 농업적 형질 조사는 ‘농업과학기술 연구조사 분석기준(농진청, 2012)’에 준하여 조사하였다. 쌀 품위는 ‘RGQI100B(Satake, Japan)’로 조사하였고, 단백질 함량은 ‘Infratec 1241 Grain Analyser(Foss, Denmark)’로 분석하였다. 기계적 식미치는 ‘STA1B(Satake, Japan)’로 측정하였다.

평가회, 홍보, 마케팅 등 조사

생육평가와 식미평가는 각 지역별 농업기술센터에서 조사하는 방식을 따랐으며, 가공업체의 재배 확대 의사와 판매방법, 판매 후 소비자 반응 등을 현지 수요자를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홍보, 마케팅 등의 내용은 각 지역별 농업기술센터에서 자료를 제공받아 조사하였다.

환경과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 경기도 특화 쌀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앞서 설명한 벼 신품종 선발 기준에 최근 기상조건과 병해충 발생 등 기후변화까지 고려한 쌀 품종을 개발 중에 있다. 2023년의 기상조건은 벼 재배에 양호하지 못한 편으로 같은 현상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등숙기와 수확기인 9~10월에도 강우량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기후환경은 수발아 위험성 증가와 적기 수확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밖에 깨씨무늬병, 이삭누룩병, 혹명나방 등 과거에 크게 문제 되지 않던 병해충의 발생 또한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재배안정성과 기본(핵심 적정 이앙시기 준수, 병해충 방제, 물관리 등)에 충실한 재배기술 준수에 노력이 더해져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경기도는 국내육성 품종 재배 확대를 위해 2023년 여주시, 연천군과 각각 지역특화 벼 품종 육성 공동 업무협약을 맺고 신품종 육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경기도 9개 시·군에서 지역특화품종을 육성해 품종 대체도 추진 중에 있다. 그 결과 2023년 국내육성품종 재배면적은 2022년 50,074ha에서 1,167ha가 늘어난 51,241ha로 확대되었다. 디지털 재배기술의 도입도 경기도 지역특화 벼의 성장 및 가속화에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벼 재배의 전 과정에 디지털 영농기술 고도화 및 농업용 드론, 자율주행 기술, 드문모심기 등의 노동력 절감 종합기술 보급 시범 등도 병행해 사업을 극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