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독주택, 아파트, 빌라 등에서 화초나 관상수, 채소, 유실수 등을 키우는 가정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각종 병균이나 해충 등으로 식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처럼 반려식물 재배 가정의 병충해·세균병 등을 치료해 주고 올바른 관리 기술 등을 전수해 주기 위해 경기도 고양시가 전국 기초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식물병원’을 운영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일반 진단부터 심층 분석 후 처방까지
고양시는 지난 9월 26일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본관 1층에 식물병원을 개원하여, 접수 및 진단실과 병해충 종합분석실, 치유농업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식물병원은 NH농협은행 고양시 지부와 8개 농협에서 1억 5,000만 원을 기부받아 만들어졌다.
지난 10월 1일부터 평일 오전 10시~오후 5시 운영하고 있으며, 고양시 홈페이지 ‘통합예약’에서 예약 후 날짜에 맞춰 문제가 있는 반려식물이나 농작물을 갖고 방문하면 무료로 진단, 처방해 주고 있다.
우선 진단 의뢰서에 식물의 재배 환경, 관리상태, 특이 사항 등을 작성하면, 상담 후 관리법을 안내받고 화분 갈이, 약제 방제 등 간단한 처방을 받을 수 있다. 농작물은 작목별 담당자와 연결해 전문 상담을 진행한다. 맨눈으로 정확한 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병해충종합분석실에서 진균, 세균, 바이러스, 토양 등 문제를 심층 분석해 처방해 주고 있다. 병세가 심해 당일 치료가 어려운 반려식물은 장기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별도 입원실도 마련되어 있다. 전화 문의 등 비대면 진료도 가능하다.
더불어, 식물을 매개로 오감을 자극하는 치유농업실도 설치하여, 반려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정서적·심리적 안정도 돕고 있다.
앞으로 고양시농업기술센터 식물병원은 도시농업관리사, 청년농업인 등 외부전문가를 활용해 찾아가는 반려식물 병원도 운영할 계획이다. 농작물과 반려식물 관리를 더 자세히 배우고 싶다면 고양시농업기술센터에 개설된 농업교육 수강도 가능하다. 식물병원은 올 연말까지 임시 운영하며 운영 매뉴얼을 보완 후 내년 정식 운영할 계획이다.
* 고양시 홈페이지에서 예약 후 반려식물이나 농작물을 갖고 방문하면 무료로 진단 및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인사이트+Interview]
누구나 반려식물을 손쉽게 키울 수 있기를
양희경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도시농업팀장
식물병원 운영계기는?
고양시는 우리나라 화훼농업의 메카이며 국내 최대 꽃박람회가 열리는 대표적인 화훼 도시이다. 특히 지역 5300 화훼농가들이 관엽, 분화 및 선인장·다육식물 등 다양하고 우수한 품질의 화훼를 재배해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특히 인구 100만의 거대도시로, 1인 가구가 경기도 내 두 번째로 많다. 이렇듯 1인 가구 및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생활 환경도 변화돼 정서적 교감·안정과 공기정화, 실내장식 등을 위해 반려식물을 재배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에 국내 최대 화훼농업의 이점을 살려 화훼식물 소비 촉진과 반려식물을 키우고 싶지만, 관리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누구나 건강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식물병원을 운영할 것이다.
식물병원 역할과 운영 형태는?
식물병원은 반려동물이 아프면 수의사 진료를 받는 것처럼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시들거나 병에 걸렸을 때 식물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현재는 저와 식물보호사 자격증이 있는 주무관, 접수 직원 3명이 상주하며 운영 중이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돼 아직 큰 실적은 없지만 1인 가구·고령자 등의 전화 문의가 많다. 주로 관리 부실로 물을 너무 많이 주거나 건조해서 오는 생육 불량과 세균병·응애류 등의 병해충 발생에 따른 작물 피해 증상이 많다. 시들거나 병든 식물의 병충해 상태를 정밀 진단해 맞춤형 처방을 내리고 살충제 및 영양제 공급도 지원하고 있다.
반려식물 재배의 유용한 정보가 있다면?
우선 반려식물에 ‘애칭’을 붙여주면 더 애착을 갖고 다정다감하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또 작물 습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집마다 습기와 온도가 다르다 보니 사실 키우는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식물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초보자들이라면 추위와 더위에 취약한 식물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진단을 받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물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대부분 식집사들이 날씨를 우려해 많은 물을 주곤 하다 보니 과습으로 썩는 경우가 많다. 같은 종류의 식물이라도 직접 흙에 손가락을 넣어서 건조함에 따라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분갈이도 연 2회는 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 시민들을 비롯한 식집사(식물+집사, 식물을 키우는 사람) 등의 식물병원 이용 홍보에 만전을 다할 것이다. 반려식물 저변확대를 위한 문화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반려식물을 근간으로 도시농업·치유농업 활성화에 노력할 것이다. 작물별 병충해 발생 증상 등을 조사해 처방 매뉴얼을 만들어 반려식물 재배 가정에 보급할 것이다. 식물보호사 등의 전문 인력도 확충해 거동 불편으로 방문이 어려운 어르신, 장애인 등의 집에 찾아가는 반려식물 방문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지역 주민을 위한 홈가드닝 실습, 반려식물 재배 교육 등 다양한 원예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