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농사로 성공한
롤모델이 되고 싶어요!

자신만의 농사 해법 찾은,
이남훈 문호농장 대표

문호농장의 전경은 다소 이색적이다. 서울에 인접하여 이루어진 개발의 여파로 아파트 단지와 고층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경기도 화성시 남양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청년농업인 이남훈 씨는 22살이란 젊은 나이에 농사를 짓기 시작해 어느덧 6년 차 베테랑 농부가 되었다. 그의 농사 이야기를 들어 본다.

. 백연선 자유기고가 / 사진

하루가 멀다 하고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티셔츠에 반바지, 샌들을 신고 약속 장소에 나타난 이남훈 씨(28)는 방금 밭에서 오는 길이라며 “옷을 제대로 갖춰 입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훤칠한 키에 곱상한 외모를 보면 영락없는 MZ세대다. 하지만, 이남훈 씨는 비 오는 날이면 논의 물꼬는 막히지 않았는지, 하우스 안에 물은 넘치지 않는지 맘 졸이며 논밭으로 향하는 영락없는 농업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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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전문 농업인의 꿈을 품고

지금은 어엿한 농업인으로 아침에 일어나면 날씨 걱정부터 할 정로도 농사일이 몸에 밴 이남훈 씨이지만, 그의 꿈이 처음부터 농업인은 아니었다.

“딱히 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어요. 대학 진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할 때 아버지가 농수산대학을 말씀하셨죠. 아버지는 20년 넘게 농사를 지어오셨는데 아버지가 보기에 제가 농사를 지으면 잘할 것처럼 보였나 봐요. 하지만 저는 농사 자체보다는 농수산대에 가면 등록금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산업기능요원으로 군대를 대신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렇게 2015년 이남훈 씨는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식량작물을 공부하면서 금세 벼농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무엇보다 노력한 만큼 결실을 거두는 데 농사만큼 적합한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지난 2018년 대학을 졸업한 남훈 씨는 앞뒤 재지 않고 부친의 뒤를 이어 농사에 뛰어들었다. 그 후 지금까지 6년 동안 4만 9,500㎡(1만 5,000평) 규모의 벼농사를 직접 짓고, 틈틈이 1,650㎡(500평)의 하우스에서는 부추를, 9,900㎡(3,000평)의 노지에서는 고추나 대파, 애호박 등을 재배하며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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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농사 확대로 소득 안정화 이루어가

농사를 지으며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부친과 함께 일하다 보니 재배 기술이나 방식 등을 두고 의견이 갈리기도 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두고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해 갔지만, 한 해 매출이 7,000만 원 안팎으로 기대한 만큼 오르지 않는 것은 너무나 큰 문제였다. 온 가족이 농사일에 매달리며 거둔 결과이기에 수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2년 전 부친 이영구 씨(58)로부터 경제권을 넘겨받으면서 그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이남훈 씨는 몇 년 전부터 비닐하우스에서 부추를 재배해 로컬푸드 직매장 등에 납품하며 수익확대를 꾀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부추를 경기도 친환경 급식에 납품하기 위해 친환경 인증까지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가 찾은 돌파구는 벼농사 규모를 9만 9,000㎡(3만 평) 정도까지 확장하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틈틈이 농지은행이나 주변 농지 등을 찾아다니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농장을 규모화해 벼농사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다.

“부추는 그대로 두고 밭작물을 슬슬 줄이려고 합니다. 들어가는 품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거든요. 대신 벼농사 규모를 늘릴 생각입니다. 그간 쌓인 영농 노하우에 농작업을 기계화하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벼농사 하나만으로도 걱정 없이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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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으로서의 성공을 향해 한 걸음씩

아무리 농부가 천직이라 해도 안정적인 소득이 없으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 이남훈 씨가 벼농사의 규모화에 더욱 힘을 쏟는 것도 농사일을 오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가 또래 청년 농업인과의 교류에 많은 공을 들이는 이유도 같다. 지난해부터 4-H 경기도연합회 화성시지부장을 맡으며 지역 청년 농업인의 화합과 권익 향상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역 청년 농부들이 힘을 합치면 농업과 지역사회의 경쟁력 또한 더욱 커질 거란 믿음에서다.

“농사를 지을수록 해볼 만한 일이란 생각이 들어요. 먹거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는 데 영농인구는 계속 줄고 있거든요. 수요와 공급을 생각하면 분명 승산이 있죠. 그렇다고 욕심부릴 생각은 없어요. 제 속도대로 걷다 보면 벼농사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벼농사로 성공한 롤모델이 되는 것, 그게 제가 이루고 싶은 꿈입니다.”

요즘 이남훈 씨에게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고령화가 심해지며 자칫 끊어져 버릴 수도 있는 지역 내 벼농사의 명맥을 자신이 이어받아 더욱 번창시키는 것이다. 묵묵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그의 앞날을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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