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경기도 대표 식량작물의 기술보급에 있어 큰 획을 그은 한 해였다. 경기도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 농업인이 협력하여 노력한 결과, 추청 등 일본 품종이 주를 이뤘던 경기미 품종 구성을 ‘참드림’ 등 우리 품종이 주가 되도록 구조적 변화를 달성한 역사적인 기점이기도 하였다. 경기도는 소비시장의 변화, 농가의 고령화 지속 등 농업이 직면한 현 상황을 새로운 식량기술 보급으로 돌파해 가고 있다.
글 이준배 경기도농업기술원 식량기술팀장
기술보급 협업 구축으로 경기미 경쟁력 강화한다
지난해 경기도 벼 재배 면적 73,187ha 중 경기도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등 국내에서 개발된 벼 품종의 재배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018년, 외래품종이 64%가 넘는 상황을 5년 만에 역전시킨 것이다.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 개발한 경기도 대표품종 ‘참드림’을 중심으로 경기도 개발 신품종의 재배 확산과 함께 이천, 여주, 화성, 평택 등 쌀 주산시군에서 농업인, 소비자 등 수요자와 함께 지역특화 맞춤형 벼 품종을 개발, 도입하는 등 경쟁력을 갖춘 벼 신품종의 확대 보급 덕분이었다.
국내육성 품종 확대 성과의 중심에는 새로운 품종 개발도 있었겠지만, 품종 개발시기에 맞게 건강하고 우수한 볍씨를 증식하여 농업인에게 제공하는 종자 보급 역할과 기후변화 및 고령화 문제를 해소하는 스마트농업, 탄소 저감, 노동력 절감 기술 등 농업 신기술의 확산 역할도 주효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과 성과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량은 2000년대에 들어서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에 있어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이 56.4kg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식생활 변화에 따라 쌀보다 밀 소비가 늘어나고, 육류 소비 증가에 따른 콩, 옥수수 등 수입에 의존하는 식량작물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 생산 중심의 농업에서 소비 중심의 농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제는 식량기술 보급의 패러다임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장 활용도 높은 전략적 기술보급 필요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가장 큰 소비시장을 가지고 있고, 로컬푸드 활성화로 농산물 소비패턴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또한 패러다임 변화를 위한 정보자산을 가장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다양한 수도권의 이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타 도에 비해 크지 않은 농업 면적이로도 경쟁력 높은 경기농업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식량 분야의 기술보급 기본 전략은 현장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생산량 중심에서 벗어나 품질 최우선주의와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전략 품종 재배로 경쟁력 있고, 팔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 둘째, 변화를 넘어 위기라고 표현되는 기상환경에 대응하고,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농촌의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스마트화, 무인화 중심 기술이 적극 보급되어야 한다. 셋째, 생산이 비대칭적인 식량작물의 균형 생산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와 연계한 논 활용 대체작물 재배기술 확산과 생산 안정화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협업 및 기술 융합을 통한 경쟁력 향상
이러한 전략 틀에 맞춰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우리 벼 품종 재배를 2025년까지 75%까지 확대하고, 소비자 선호형 품종 중심으로 식량작물 원료곡단지를 조성하고, 부가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농식품 기술을 접목해 고부가가치의 경쟁력 있는 상품 가공화를 지원한다. 또한, 소비 트렌트에 맞는 다양한 상품화로 식량작물의 소비 확산에 노력할 것이다. 특히,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전략 작물인 가루쌀, 우리 밀, 논콩 등 재배기술을 안정화하고, 농업인 기술교육과 함께 현장의 문제 해결 중심의 기술 지도를 실시할 계획이다.
스마트 기술은 AI, 드론, 자율주행 등 가시적인 기술 중심으로 생산단계에서부터 품질 향상을 위한 정밀한 환경 제어를 유도하고, 드문모심기 기술과 같은 생력화 기술을 통해 고질적인 농촌노동력 해소와 함께 생산비를 절감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또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작물의 안정 생산을 지원하기 위해 농촌진흥청·기상청과 협력하여 ‘기상재해 조기경보시스템’을 올해부터 평택, 안성에 시범적으로 적용하였고,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저온 및 고온 피해, 풍수해, 건조해 등을 미리 안내하여 안전한 작물생산을 유도할 수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농업기술을 농업인이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장 기술교육과 지원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스마트 기술 연시 등 신기술을 경험할 기회를 넓히고, 신기술 보급 평가를 통해 농업인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건 앞서 언급한 전략과 계획 실행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 맞는 신품종을 개발하는 작물육종팀,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우량 종자를 생산하는 종자 관리소와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일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기술 보급에 매진하는 시군의 농업기술센터 작물담당자, 선도적으로 신기술을 수용하여 시군에 확산을 유도해 주는 경기도 쌀연구연합회원 등이 한 팀을 이루어 각자 역할에 노력할수록 경기미의 명성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