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종자 전쟁터에서 미래를 준비하다

육종,
미래 씨앗+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며, 전 세계는 우수한 신품종을 육성하고 확보하는 것을 국가적 과제로 여기게 되었다. 병충해에 강하고 시장에서 환영받는 신품종은 농업인들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이자 미래이다. 육종의 범위를 넓혀 전문화된 원예작물 신품종 개발이 어떤 가치가 있고, 왜 중요한지 이야기해 본다.

정윤경 경기도농업기술원 원예육종팀장

글로벌 종자 전쟁터에서
미래를 준비하다

원예작물 신품종 개발의 가치

육종(育種, Breeding)은 농작물이나 가축을 개량해 종전의 것보다 생산성과 실용 가치가 높은 신품종을 만들어 내 보급하는 농업기술을 의미한다. 이는 주곡뿐만 아니라 원예작물에도 중요한 기술이다.

원예작물은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람들의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원예작물인 화훼, 채소, 과수류는 주곡인 식량 작물과는 달리 생필품이 아니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보니 경제 여건과 사회 분위기에 따른 소비패턴이 널뛰기하듯 증감 폭이 크다.

국내 화훼 생산액과 재배면적은 2005년 각각 1조 101억 원, 7,950ha로 최고점을 찍은 후 매년 조금씩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긴 하다. 2022년에는 5,651억 원, 4,229ha로 2005년 대비 연평균 3.5% 내외의 감소율을 보였다.1) 또한,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화훼소비액은 2005년 2만 870원에서 2016년에는 1만 1,722원으로 감소했다가, 2021년에는 1만 2,386원으로 소폭 상승했다.2)

반면, 우리나라 종자 산업이 집중된 채소 종자 시장 규모는 2021년 12조 원에서 2025년에는 17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었으며, 2022년 과일 1인당 연간 소비량은 55kg으로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다. 원예작물의 중요성과 소비가 전반적으로 점차 증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3)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의 씨앗

코로나19로 팬데믹을 겪고, 세계 곳곳에서 쉼 없이 전쟁이 진행 중인 시대다. 주요 먹거리만큼이나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며 풍요로운 과실로 무한한 미소를 짓게 하는 원예작물도 중요해졌다. 장미·국화 등의 화훼, 딸기·토마토 등의 채소, 배·복숭아·사과 등의 과수가 포함되는 원예작물이 쌀·밀·콩 등의 주요 식량만큼이나 중요해진 것이다.

더욱이 이제 우리나라는 GDP 3만 달러를 상회하며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부자들만이 향유하던 꽃과 가까이하는 삶을 누구나 누리게 되었다. 다양한 채소, 과일도 골라 먹고 원하는 대로 주문생산해 나만의 독특한 삶을 영위해 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에서는 경기도 특화작목을 중심으로 경기도민의 먹거리와 볼거리를 책임질 수 있는 원예작물 품종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미는 1999년부터 87품종이 만들어져 농가에서 재배된 후, 국내외 소비시장 곳곳에서 모습을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국화는 2006년부터 66품종을 만들어, 국내 농가뿐만 아니라 일본 수출시장에 꾸준히 진출하고 있다. 또한, 한 손에 쥐고 먹기 편하고 새콤달콤함으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는 딸기, 복숭아, 체리에 대한 품종개발 연구도 한창 수행 중이다.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은 내 자식 한 명을 잉태하여 탄생시킨 후 잘 키워 출가시키고도 밤낮 자식 걱정에 하루도 편한 잠에 못 드는 부모(父母)의 역할과 같다. 이런 힘든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우리의 품종을 개발하는 이유는 첫째, 해외품종 도입 시 우리 품종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로열티 협상의 히든카드로서 방패막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보유하고 있는 유전 자원과 확보한 육종기술로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언제든지 우리가 원하는 품종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힘을 가진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네덜란드, 미국 등 글로벌 기업의 종자 시장 점유율은 60%를 넘어섰고, 종자 시장 규모는 2010년 44조 원에서 2020년에는 64조 원으로 10년간 20조 원이나 증가했다. 지금 세계는 황금알을 낳는 ‘씨앗(Seed)’ 육종을 위해 끊임없는 자원 확보와 활용에 사활을 걸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작목별 재배 환경 데이터와 생육 데이터 수집 분석, 인공지능(AI)기술 등을 활용한 디지털 육종(Digital Breeding)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농업기술원은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적용하고, 수요자 맞춤의 원예작물 신품종을 개발하여 국내외 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 이러한 노력이 우리 농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되어 이 총성 없는 전쟁터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희망의 씨앗이 되어줄 것이다.

1) 자료 출처: 2022 화훼재배현황, 농림축산식품부
2) 자료 출처: 2021 화훼재배현황, 농림축산식품부
3) 자료 출처: 2023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 농림축산식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