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배역사

 

(1) 세계의 벼 기원

 

중국남부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서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북부, 중 남미 등지의 산야에 흩어져 자생하는 야생벼는 바로 오늘날 우리가 중요한 식량으로 이용하고 있는 재배벼의 조상이다. 재배벼는 전세계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각 지역의 자연환경에 잘 적응하고 인간의 이용목적에 알맞도록 인위적으로 육종적인 수단을 통하여 개량되어 왔다. 따라서 재배벼는 그 지역환경과 이용목적에 알맞게 개선되기도 하였지만 원래 야생벼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도 상대적으로 잃게 되었다. 식물분류학적으로 벼 속(屬, genus)에는 약 20개의 종(種, species)이 있는데 이 중에서 재배화된 것은 아시아 재배종인 사티바종(Oyza sativa)과 아프리카 재배종인 글라베리마종(Oyza glaberrima)의 두종 밖에 없다. 사티바종은 약 1만년 이전에 아시아에서 맨 처음 인간에 의해 재배화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세적으로 육대주 어디에서나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글라베리마종은 서아프리카 일부에서 밭벼로 재배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옛 주거지에서 출토된 벼의 탄소동위원소 14C에 의한 연대 축정결과로 보아 가장 오래된 것은, 중국 쯔쟝성 유야오의 허무뚜 유적에서 출토된 탄화미로 지금으로부터 약 6,000~7,000년 전의 것으로써 사티바종의 자포니카벼에 인디카벼가 섞여있는 것으로 추정하였다.

 

글라베리마종이 서아프리카 니제르 강 유역에서 재배화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1,500~2,000년 전쯤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티비종 재배벼는 아열대에서 열대, 온대지역으로 널리 전세계적으로 전파 재배되면서 여러 가지 생리, 생태적 특성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크게 세가지 아종(亞種)으로 분화되었다. 이들 아종은 각기 자포니카(japonica), 인디카(indica) 및 자바니카(javanica)로 이름이 붙여졌으며,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자포니카와 인디카를 각각 켕(Keng, )과 센(Hsien, )으로 불러 왔었다. 재배벼는 식물체 세포핵 내 각종 유전정보가 들어 있는 염색체수가 24개인 데 비해, 야생벼 중에는 24개인 것과 두 배되는 48개인 것도 있다. 이들 양생벼를 재배벼와 교잡시켰을 때 12개가 한 세트가되는 염색체군(게놈, genome)간에 짝짓기를 잘 하여 잡종종자가 잘 맺히는 야생종이 있는가 하면, 염색체간에 전혀 짝짓기를 못하여 잡종종자가 맺히지 않는 야생종도 있다. 또한 재배종은 한해살이지만, 야생종에는 한해살이도 있고 여러해살이도 있다.

 

(2) 세계 쌀 생산

 

쌀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매년 약 5억 3천만톤이 생산되고 있는데, 이는 전 곡물 생산량의 약 27%를 차지하며 재배면적은 밀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단위 생산량이 높아서 곡물 중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다. 쌀은 아시아가 세계 전 재배면적의 약 89%, 전체 생산량의 약 92%를 차지하고 있으며, 쌀은 그대로 식량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가장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고 있고 따라서 단위면적당 인구부양 능력도 가장 높다. 세계 최대 쌀 생산국은 전세계 쌀 생산량의 약 36%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며 그 다음이 약 21%를 생산하고 있는 인도이다. 벼 재배 면적은 인도가 가장 커서 약 4천 3백만ha에 이르며, 그 다음인 중국이 약 3천 3백만ha이다. 이들 두 나라 다음으로 쌀을 많이 생산하는 나라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타이, 미얀마, 일본의 순서이다. 연평균 생산량은 벼로 인도네시아는 약 4천 6백만톤, 방글라데시는 약 2천 7백만톤, 베트남이 약 2천만톤, 타이가 약 1천 8백만톤, 미얀마가 약 1천 4백만톤, 일본이 약 1천 3백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남북한을 합치면 일본 다음으로 쌀 생산량이 많지만 한국은 필리핀과 브라질 다음이 된다.

 

(3) 우리나라의 벼 재배

 

지금까지의 고고학적 발굴을 통하여 살펴보면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것은 지난 1991년 6월에 경기도 고양군 일산읍 유적의 이탄층에서 발굴된 것으로 거의 원형에 가까운 벼 껍질의 탄소연대 측정으로 4,500∼5,000년 전경의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또한 같은해에 경기도 김포군 통진면 가산리를 중심으로 한강 하류 주변에 폭넓게 퇴적해 있는 이탄층(泥炭層)에서 출토된 자포니카 입형의 벼는 지금으로부터 약 4천년 전경의 것으로 알려졌다. 1977년 경기도 점동면 흔암리 한강변 유적지에서 발굴된 탄화미는 자포니카로서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경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평양시 호남리 남경 유적지에서 발굴된 자포니카 입형탄화미도 약 3천년 전의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1974년 충청남도 부여군 송국리 유적지에서 발굴된 다량의 탄화미는 주로 자포니카로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경으로 밝혀졌고, 경남 김해 유적지에서 발굴된 탄화미는 약 2,100년 전경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국으로부터 한반도로 벼의 전래가 가장 빨랐던 것은 원난지역→양쯔 강→화이허→산둥 반도→한반도 한강 하류의 황해 횡단 루트가 아닌가 추정된다. 또다른 경로는 양쯔 강 하류→화이허→산둥 반도→황해도 장산곶으로의 전래와, 양쯔 강 하루→랴오둥 반도→한반도 북서해안 평야로의 전래와, 황하류→화북 발해만 연안→랴오둥 반도→한반도 북서해안 병야로의 전래 등을 추정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이 재배했던 벼 품종들은 이후 끊임없이 전파의 흐름이 지속되었고 북에서 남으로의 전파뿐만 아니라 남쪽에서 북쪽으로의 전파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1910∼30년경에 수집 정리하여 보존하고 있는 재래종은 인디카에서 자포니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유전적 변이를 가지고 있으며 그 이름이 중국에서 유래된 것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전파된것도 많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일본에서 전파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니었으며, 최초로 일본으로 벼가 전파된 것은 가장 오래된 발굴 유적으로 보아 지금으로부터 약 3천년 전쯤 한반도 남부에서 규슈 북서부지역으로 흘러들어 갔던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