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의 물리적 성질

 

1. 토성

토양의 무기입자를 모래, 미사 및 점토로 구분하고 이들의 함량비, 즉 입경조성에 따라 결정되는 토양의 종류를 토성(soil texture)이라 한다. 토성은 토양이 양분을 지니면서 공급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그의 보수성, 배수성, 통기성, 경운의 난이 등 식물생육과 밀접하게 관계되는 매우 중요한 토양의 기본적인 성질이다.

 

토성의 이름은 점토의 함량이 많은 것을 식토, 모래의 함량이 많은 것을 사토, 어느 입자군의 성질도 뚜렷하지 않은 중간 성질의 것을 양토, 또 이들 중간에 속하는 것을 각각 사양토나 식양토 등으로 구분한다. 미국 농무성법, 또는 국제토양학회법은 더 많은 종류의 토성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토성구분 삼각도를 이용하여 정하는 것이 편리하다.

 

식토는 식물생육에 대해서는 다량의 양분을 함유하므로 화학적 성질은 좋지만 물리적 성질이 불량하다. 즉 통기성, 배수성이 불량하다. 한편 사토는 이와 반대로 투수성, 통기성 등은 좋지만 가뭄을 잘 타며 양분이 결핍되기 쉽다. 따라서 이 사이에 물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화학적으로 양호한 성질을 갖는 토양이 존재한다. 작물에 따라서 다르지만 흔히 사양토 또는 양토가 이에 속한다.

 

2. 토양구조

 

토양입자는 하나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여러 개의 입자가 모여서 하나의 큰 입자처럼 입단(aggregate)을 만들어 존재하는 것이 보통이다. 토양의 구조란 이들 입단의 모양, 크기 및 배열방식 등에 의하여 결정되는 토양의 물리적 구성을 말하는 것이다. 모래, 미사 및 점토의 상대적 함량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은 토성이며 이들 1차입자들이 어떻게 입단으로 형성되느냐 하는 것은 토양구조의 문제이다.

 

1) 토양구조의 생성

 

토양구조는 단립구조(single grained)로부터 발달할 수도 있고 집괴구조(massive)로부터 나타날 수도 있다. 토양의 구조가 형성되는 것은 토양입자집합체(soil mass)의 수축-팽윤의 반복과 결합제의 작용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양에서 습윤-건조 또는 동결-융해 등의 반복으로 팽윤과 수축이 반복되고 이 과정에서 균열이 생기며 균열과 균열 사이의 토양집합체는 유기물, 산화철 또는 점토 등 결합제의 작용으로 물에 대하여 안정한 구조로 형성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식물뿌리 또는 토양미생물들도 직접·간접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2) 토양구조의 중요성

 

토성이 같다 해도 구조가 다르면 토양의 성질 또한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현지토양의 투수성, 보수성, 통기성, 지온, 역학적 강도, 경운의 난이 등의 물리성은 구조와 관계가 매우 깊은 성질들이다.

 

토성으로 보았을 때 배수성 또는 통기성 등이 불량할 것 같은 경우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구조가 잘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입단이 형성됨으로 인하여 1차입자들 사이에 있는 것보다는 더 큰 공극이 입단들 사이에 생기게 되는 것이다. 2차적으로 생기는 이러한 큰 공극을 통하여 물과 공기가 쉽게 유통하게 되고 입단내의 작은 1차공극에서는 보수력이 발현되므로 구조가 좋게 발달되어 있으면 배수성도 좋으면서 보수성도 좋은 토양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토양의 구조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판상구조의 토양에서는 물이 상하·수직방향으로 이동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뿌리가 뻗어 나가기도 매우 어렵다.

 

3) 토양구조의 관리

 

경지에서는 끊임없이 입단의 붕괴와 생성이 일어난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입단의 생성에 유리한 작용으로는 미생물의 활동, 작물뿌리의 작용 및 지렁이와 같은 토양동물들의 활동을 들 수 있다. 미생물의 작용은 균사(mycelium)에 의한 직접적인 결합작용과 미생물이 분비하는 고분자화합물인 다당류(polysaccharide) 또는 폴리우로나이드(polyuronide) 등 풀과 같이 작용하는 결합제의 작용이다. 퇴비나 녹비의 시용은 미생물의 활동을 증진시켜 입단화에 기여한다. 작물의 종류에 따라서는 그의 재배로 인하여 토양구조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과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있다. 두과식물 또는 초지재배 등은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기타의 작물은 입단을 파괴하는 것들이 많다. 지렁이의 몸을 통하여 배설된 토양은 매우 좋은 입단으로 알려져 있다.

 

토양의 입단이 파괴되는 것은 토양에 수분이 너무 많거나 또는 너무 건조할 때 경운하면 일어난다. 토양의 건조·습윤의 반복, 동결·융해의 반복이 급격하게 일어날 경우에도 입단은 파괴되는 것이다. 경운을 자주하는 것은 토양을 산화상태로 유도하여 입자의 결합제로 되어 있는 유기물의 분해를 증진시키기 때문에 또한 토양의 입단을 파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양구조형성에는 토양의 콜로이드에 흡착되어 있는 양이온의 종류도 크게 관여한다. 칼슘이온은 구조형성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 나트륨이온이 입자에 흡착되어 있으면 토양입자들이 분산되어 물리성은 극히 불량해진다.

 

3. 전용적밀도(bulk density)

 

토양의 전용적밀도는 주어진 토양의 무게를 그 토양의 전체부피(전체용적)로써 나누어 구한다. 즉 토양의 부피에는 공극의 것도 포함되므로 같은 토양의 입자밀도보다 낮은 값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토양의 이용 여하에 따라 물리적인 상태가 변하고 공극량이 달라지므로 이에 따라 전용적밀도는 변하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전용적밀도는 토양의 물리적인 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성질이다. 토양의 전용적밀도는 토성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데 점토의 함량이 증가하면 감소하고 모래의 함량이 증가하면 증가한다. 경작지양토의 평균 전용적밀도는 대략 1.1∼1.4g/cm3의 범위에 있다. 작물의 생육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전용적밀도가 식질토에 대해서는 1.4g/cm3, 사질토에 대해서는 1.6g/cm3 이하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공극률(Porosity)

 

토양의 공극은 고체입자들에 의하여 점유되지 않는 부분으로 자연상태에서 여기에는 항상 물이나 공기가 차 있게 된다. 토양의 전체부피에 대한 공극의 용적백분율을 공극률(porosity)이라 하며 다음의 식으로 계산한다.

 

공극률(%) =
1 – (
전용적밀도
) × 100

 

입자밀도

 

이때 입자밀도는 고체입자들만의 밀도이며, 토양의 중요광물인 석영, 장석 및 운모의 밀도는 대략 2.65g/cm3이므로 유기물함량이나 광물조성이 크게 변하지 않는 한 이 값을 적용한다.

 

식물의 가장 작은 뿌리의 크기는 8∼12μm정도이다. 30∼60μm보다 큰 공극에 있는 물은 중력에 의하여 쉽게 빠져나간다. 공극의 크기가 30μm이하의 것이 대부분인 토양에서는 배수가 잘 안되고 공기의 유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어렵다. 식물생육에 대해서는 공극률도 중요하지만 공극의 크기가 더 중요하다. 공극의 크기별 함량을 공극분포라 하는데 공극의 분포에서 보면 공기와 물의 이동을 쉽게 하는 큰 공극과 보수력에 기여하는 작은 공극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5. 토양공기, 색, 온도

 

토양공기는 100%에 가까운 상대습도를 나타내며 대기공기에 비하여 산소의 농도가 낮고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특히 높다. 토양공기갱신은 공기의 총체적 이동 또는 확산작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공기의 총체적 이동에 관여하는 인자는 온도, 기압, 바람, 강우 또는 수분함량의 변화 등이며 확산에 의한 갱신은 공극의 크기보다는 공기점유공극량에 지배된다.

 

토양의 색을 결정하는 주요물질은 부식과 산화철이다. 대개는 부식의 함량이 많을수록 암색으로 되며 부식의 함량이 낮은 경우는 토양의 색이 주로 산화철의 종류에 의하여 적색, 황색, 회색, 청회색 등으로 달라진다. 토양의 색을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나타내고자 할 때에는 문셀의 색표시법을 쓴다. 색은 토양을 분류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며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토양의 다른 성질을 간접적으로 알아내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토양의 온도는 외적 요인과 토양 내적인 요인에 의하여 시간적으로 또는 계절적으로 변하지만 깊이가 깊을수록 그 폭은 감소한다. 물의 비열은 광물입자에 비하여 5배나 높기 때문에 수분함량이 증가하면 토양의 온도변화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따라서 토양수분함량이 높으면 이른봄에는 토양의 온도상승이 어려워지고 늦은 가을에는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6. 토양침식과 보전

 

토양의 침식은 바람에 의하여 혹은 흐르는 물에 의하여 일어나는 것이지만 우리 나라는 특히 물에 의한 침식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지형적 특성과 기상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토양의 침식은 농경지의 생산성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토지의 이용효율을 떨어뜨리고 하상을 높이며 수질의 오염을 가속화하는 등 그 피해는 농업, 환경, 생태계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것이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정부·국민 모두가 산림녹화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로 과거에 비하면 토양침식의 위험은 많이 감소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토양침식은 일어나고 있으며 호우기의 토양유실량은 엄청난 것이다.

 

토양의 침식은 토양유실이 일어나게 하는 원인에 따라 풍식과 수식으로 구분한다. 수식은 나타난 현상에 따라 면상침식, 세류상침식 및 구상침식으로 구분한다. 눈에 가장 많이 띠는 것은 구상침식으로 막대한 토양이 유실되는 것이며 면상침식은 눈에는 별로 띠지 않지만 비옥도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표토의 작은 입자들이 토양으로부터 유실된다. 토양의 침식에 영향을 주는 인자인 강우인자, 토양의 수식성, 경사장과 경사도, 작물의 피복도 및 토양보전 관리인자 등이다. 경사지에 작물을 재배할 때는 등고선 재배, 대상재배, 등고선-대상재배, 배수로설치재배, 초생대재배, 계단식 재배 등의 방법으로 토양의 유실량을 줄이도록 한다. 풍식에 의한 토양의 침식을 줄이기 위하여 방풍림을 심거나 바람막이를 설치하며, 바람부는 주방향과 직각으로 경운방향을 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