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차세대농어업경영인대상 대상 수상 심세용 씨

33세 청년 농부의 꿈, 대통령상으로 피어나다

‘제45회 차세대농어업경영인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한 심세용 씨는 아버지 그늘을 벗어나 10년간 블루베리, 딸기, 가루쌀 재배 및 드론 방제를 결합한 복합 영농 시스템을 구축했다.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밝히고 있는 경기도4-H연합회장 심세용 씨를 만나본다.

. 백연선 / 자유기고가 사진. 배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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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버텨와

지난 12월 1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제45회 차세대농어업경영인대상’ 시상식장에서 대통령상 수상자로 호명된 심세용 씨(33)의 눈가가 붉어졌다. 10년간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흙을 만지며 달려온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너무 기뻐서 생전 처음 눈물이 났습니다.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제가 그렇게 살아온 것을 인정받는 것 같아 너무 기뻤습니다.”

“농업에 희망이 있다는 믿음으로 버텼다.”라는 그의 눈물 섞인 고백은, 이제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밝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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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농장에서 미래를 발견하다

2012년, 대학입학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세용 씨에게 부친 심규성 씨(63)는 무심한 듯 한마디를 건넸다. “특별한 계획이 없으면 농사도 해볼 만하다.” 평택시 팽성읍에서 벼농사와 블루베리 농사로 일가를 이룬 아버지의 권유는 그렇게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과수학과에 입학한 그에게 진짜 전환점은 전북 정읍의 한 대형 농장에서 찾아왔다. 장기현장 실습 과정에서 목격한 9만 9,000㎡(3만 평) 규모의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농장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 규모도 엄청났지만, 재배부터 수확, 가공부터 판매까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어요. 그 농장을 보면서 ‘바로 이거다’ 싶었죠. 이제 농업에도 단순한 재배, 수확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때 제가 가야 할 길이 명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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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홀로서기를 택하다

2014년, 학업을 마친 그는 결단을 내린 뒤 농업후계자자금 8,000만 원으로 2,574㎡(780평)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을 독립적으로 마련했다.

“아버지 농장에서 편하게 시작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어차피 내 일이라면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스스로 어려움을 이겨내며 책임감 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몇 년은 블루베리 재배에 몰두했다. 전국의 농장을 견학하고, 관련 교육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 4-H 활동에도 열심히 참가해 인맥을 넓혔다. 하지만 곧 한계가 보였다. 5?~?6월에만 일이 집중되는 블루베리의 특성상, 나머지 기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드론방제’와 ‘가루쌀’ 재배였다. 벼농사 주산지인 평택 팽성읍에서 드론의 수요는 충분했고, 밀 대체 곡물로 주목받는 가루쌀은 식품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었다. 그는 즉시 드론자격증을 취득하고, 1만 9,800㎡(6,000평) 규모의 논을 마련해 가루쌀 재배에 나섰다.

이와 함께 4년 전부터는 스마트팜 시스템을 도입한 2,574㎡(780평) 규모의 딸기 농장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수확한 딸기는 직거래와 함께 지역 내 커피 체인점 4곳에 주스용으로 납품하며 판로를 넓혔다. 2023년부터 시작한 수확체험은 입소문을 타며 급성장했다. 지난해에만 3,8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블루베리, 가루쌀, 딸기, 드론방제. 이제 그의 농장은 1년 365일 쉬지 않고 움직인다.

평궁리를 관광단지로 젊은 농부가 보여준 희망의 씨앗

심세용 씨에게는 잠들기 전 반드시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영농일지를 쓰는 것이다.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한 영농일지에는 그의 모든 영농생활과 노하우가 담겨 있다. 실패의 순간, 깨달음의 순간, 작은 성공의 순간까지. 그 일지는 이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만의 보물이 되었다.

농사지으랴, 경기도4-H연합회 회장으로 대외 업무하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는 세용 씨에게는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고향 평택시 팽성읍 평궁리를 관광단지로 만드는 것이다.

제 농장 근처에 바나나 농장, 샤인머스켓 농장, 장미농장이 있어요. 이 농장들을 하나로 묶어 규모화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관광단지로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곧 이웃 농장들과 협의해 네트워크를 구성할 계획이다.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 여는
희망의 씨앗 되길

33세 청년 농부 심세용 씨의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다.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선택한 용기,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한 열정, 그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려는 책임감이다. 그가 10년간 뿌린 씨앗은 이제 대통령상이라는 열매로 피어났다.

하지만 그에게 진짜 수확의 계절은 이제부터다. 농장 이름도 이미 정해두었다. ‘밸류팜(Value Farm)’, 가치 있는 농장.

“‘밸류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역사회와 사람들에게 가치 있고 도움이 되는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그가 꿈꾸는 ‘밸류팜’, 그리고 평궁리 관광단지는 단순히 농장을 넘어 청년들에게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씨앗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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