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이라 더 좋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 아래서 새해 소원을 염원하다

수도권 사람들에게 양평은 꽤 유명한 여행지다. 볼 것도 맛볼 것도 많아 그러하지만 용문사라는 꽤 묵직한 사찰이 있어서이기도 하다. 특히나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고 평화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천 살의 은행나무 아래서 소원을 빌다 보면 어느덧 마음은 고요로 가득해진다.

. 강다현 / 자유기고가사진. 배호성

매서운 겨울 칼바람에
뜨끈한 커피 한 모금을 추억하기 위해 떠나본다

새해다. 이는 나에게 조금은 더 특별한 공간을 찾을 이유가 생겼다는 증거다. 경기도엔 내로라하는 명소들이 그득하지만, 마침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와의 특별한 추억이 서려 있는 용문사가 문뜩 뇌리를 지배한다. 그렇게 나는 망설임 없이 신발끈을 질끈 조여 매고 떠나보기로 한다.

이곳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시기가 어림잡아 3년 전으로 기억되는데, 칼바람이 불었던 날씨였지만 미리 준비해온 쌉쌀한 커피 한 모금이 꽤 맛있었던 추억으로 떠오른다. 그렇게 오랜만에 방문한 용문사는 여전히 그 자리서 추억을 상기시키며 여행객을 포근히 품어준다.

설경과 함께 맞이한 2026 ‘병오년(丙午年)’
용문사에서 힘차게 뛸 다짐을 하다

불교 좀 안다는 이들에게 용문사는 모르면 섭섭할 만큼 유명세 있는 사찰 중 하나다. 경기도 영평군 용문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경내에는 보물 제531호인 정지국사부도를 비롯해 지방유형문화재 제172호인 금동관음보살좌상 등의 소중한 우리 유산들이 있기도 하다.

특히 매년 가을이 되면 수많은 여행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고목이 꽤 유명한데, 1962년 천연기념물 제30호로 지정된 거대한 은행나무다. 그 규모만 높이 42m, 뿌리 둘레 15.2m에 달하며, 수령은 1110년으로 추정된다. 많은 이들이 이 은행나무를 보기 위해 가을에 주로 찾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겨울, 특히 새해인 1월을 가장 애정한다. 조용히 나만의 한해를 계획하기 좋아서, 병오년 새해도 힘차게 뛸 것을 다짐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본다.

당신이 소원하는 모든 것
다 이루어질지니

매년 이맘때면 되풀이하는 말이지만 지난 2025년은 여러모로 다사다난했던 한해로 기억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여행을 위해 여기저기 방랑하고 기록하며 추억을 모은 행복한 기억이 그러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전반에 일었던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마주하면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심전심이라고 2026년 새해에는 모두가 만사형통하고 원하며 뜻한바 모두 이룰 수 있길 은행나무 아래서 두 손 모아 조용히 기도하고 바람해 본다. 그리고 나는 이 소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