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청춘] 옥수수 농사 지으며 체험형 카페 운영하는 김유미 씨 옥수수밭 한가운데, 그녀의 꿈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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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31
옥수수 농사 지으며 체험형 카페 운영하는 김유미 씨
옥수수밭 한가운데, 그녀의 꿈이 자란다
경기 양성 분기점 근처 들판 한가운데 회색 건물이 눈길을 끈다. 앞으로는 옥수수와 고구마밭이, 뒤로는 커다란 연못이 펼쳐진 이곳에서 27세 청년 김유미 씨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에서 농업인으로, 그리고 체험 카페 창업자로 변신한 그녀의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글. 백연선 자유기고가 / 사진. 배호성
젊은 청춘이 그리는 공간 ‘노랑 나랑’
경기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남북대로를 따라가다 보면, 양성 분기점 근처 들판 한가운데 회색 벽돌로 지어진 인상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앞으로는 옥수수며 고구마가 심긴 밭이 넓게 펼쳐져 있고, 뒤로는 연(蓮)이 빼곡한 커다란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이곳이 어린이와 가족 단위 고객을 위한 체험학습장 겸 카페 <노랑 나랑>이다. 7월 중순, 이곳의 대표 김유미 씨(27)를 만났을 때, 그녀는 8월 초 정식 개장을 앞두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건물 짓는 것부터 인테리어, 체험 프로그램 개발까지 하나하나 직접 챙기다 보니 정신이 없어요. 제가 옥수수 농사를 짓고 있어서, 수확철에 맞춰 오픈하려고 시간을 쪼개 일하고 있어요.”
아버지의 병환이 이끈 인생의 전환점
애초 그녀가 걸어갈 길은 농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그녀가 ‘농사를 짓겠다’며, 인생의 방향을 튼 건 지난 2022년의 일이다. 그해 말,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병환이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것. 아버지 김유식 씨(61)는 건축 일을 하다 10여 년 전 귀농해 양성면 일대에서 옥수수와 고구마를 재배해왔는데, 고구마 수확을 목전에 두고 뇌출혈로 쓰러졌다.
“마침 유치원 일을 잠깐 쉬고 있던 때라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엄마와 함께 고구마를 거둬들였죠. 그때 아버지께서 ‘내 뒤를 이어 농사를 지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병상에 누워서도 벌여놓은 농사일이 걱정이셨던 거죠.”
그 제안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김유미 씨는 주저하지 않고 농사일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3만 3,000㎡(1만 평)가 넘는 밭에서 옥수수와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그녀가 수확한 옥수수는 ‘당일 수확,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높은 당도와 신선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당근마켓>,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는 옥수수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건강을 되찾은 아버지가 농사일을 함께 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장 운영과 농산물 판매는 그녀의 손에 달려 있다. 농사를 시작한 지 2년 남짓. 이제 그녀는 ‘작물 재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수확한 작물을 활용해 체험형 카페를 열 준비를 마쳤다. 그녀의 성실함과 추진력이 이 모든 과정을 가능하게 했다.
체험으로 연결되는 농업, 농촌에서 피어난 창업 꿈
요즘 그녀가 가장 공들이는 건 체험 프로그램 개발이다. 유치원생, 초등학생, 가족 단위 방문객 등 고객층을 세분화해 맞춤형 체험을 기획하고 있다. 대표 프로그램은 ‘옥수수 인형 만들기’. 체험객들이 직접 수확한 옥수수로 인형을 만들고, 무지 가방에 그림을 그려 여기에 담아가는 방식으로, 단순한 만들기를 넘어 농업의 가치와 즐거움을 함께 전하는 활동이다. 이를 위해 여름철로 한정된 옥수수 수확 시기를 조절해 7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연못을 활용한 체험도 준비 중이다. 카페 뒤 2,640㎡(800평) 규모의 연못에서 자생하는 연꽃, 연잎, 연자 등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이 그것으로, 농촌 환경을 그대로 경험하는 특별한 콘텐츠가 될 전망이다.
카페 메뉴 역시 단단히 준비를 마쳤다. 그녀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음료와 디저트로, 찰옥수수 크림라떼, 옥수수차, 고구마라떼, 연잎차, 연자육차, 연꽃차, 옥수수 빵 등이 대표 메뉴다. 메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녀는 최근 제과제빵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아직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농사와 서비스, 두 가지 모두에 진심을 담았기 때문이다.
올여름, 양성면의 넓은 들녘 한가운데서 피어날 청년 김유미 씨의 도전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