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비 활성화 위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주식인 쌀 소비량이 매년 감소하고 있습니다. 1991년 기준 116kg에 달하던 1인당 쌀 소비량이 2024년에 이르러 55.8kg으로 반 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매년 쌀 재고 문제로 인해 전국의 많은 미곡종합처리장들이 심각한 적자구조를 보이는가 하면, 직불금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문제도 해마다 기사의 한 부분을 장식해온 것이 현실입니다.

박재현 밥소믈리에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함과 동시에 중앙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매년 쌀 재배의 근원인 논 면적을 감소시키는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방법으로 해결이 될지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최근 우리는 이웃 나라 일본의 쌀 문제와 관련한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쌀 가격이 2배 이상 오르고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마트의 쌀 매대가 비어있는 장면을 화면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쌀에 관해서는 최고라고 자부하던 일본에서 우리나라 쌀 뿐만 아니라 미국의 칼로스, 대만산 쌀 등 밥쌀용 쌀을 수입해서 쌀 매대를 채우고 있습니다. 일본산 쌀이 최고라고 자부하던 일본마저도 쌀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현재 일본산 쌀의 소비자 판매가격은 가장 대중적인 중량인 5kg 기준으로 4,000엔대 초반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4만 원대 초반인 것입니다. 불과 2년 전의 2,000엔 초·중반대 가격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인상이 된 것입니다.

우리 쌀 소비확대에 관한 얘기를 하기 전에 이러한 말씀을 먼저 드리는 것은 우리의 쌀 소비확대 문제가 도외시 될 경우 결코 일본의 쌀 문제가 남의 일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일본 역시 코로나 이후 외식산업의 급속한 퇴행으로 인해 쌀 재고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그 대책의 하나로 쌀 재배면적의 감소 정책에 속도를 높여왔습니다.

2024년산 일본 쌀 생산량은 약 679만 톤으로 발표되었는데 한 해 동안 일본 내 쌀 소비량은 700만 톤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나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잡지 못하는 통계치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이상고온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여 피해립 비율이 늘어나고 도정수율이 하락하는 결과로 이어져 실제 쌀생산량은 발표된 통계치에도 훨씬 못 미칠 것으로 추정됩니다.

생산량이 소비량에 비해 부족하다는 사실은 아주 심각한 상황입니다. 최근 10년간 일본에서는 약 21만ha, 우리나라에서는 약 17만ha의 논이 감소되었습니다. 국토 면적과 인구수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감축 비율이 일본보다 훨씬 높은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자연재해나 질병 같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현재의 일본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재배면적을 감소하는 정책을 왜 지속해서 전개해 나가겠습니까!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들고 이로 인한 재고의 과잉 문제가 정부의 재정이나 산지의 경제적 구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쌀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고 매일 접하다 보니 어느 순간 우리의 주식이라는 사실이 점점 잊혀 가는 것 같습니다. 쌀은 식량자원 중 최고로 중요한 품목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할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쌀 소비 활성화를 통한 쌀 유통의 선순환 구조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재배의 근원인 논 면적 역시 안정적인 정량구조를 확립함으로써 주요 식량인 쌀의 재배 및 유통구조의 정상화와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향이 아니겠습니까?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매년 새로운 쌀 품종을 개발해내고 있고 여러 방법으로 홍보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쌀의 품질은 거의 최정상급 수준이라고 자부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발 이후에는 많은 품종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도태되거나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재배조차 되지 않는 상황들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쌀을 찾게 만들어야 하고 그 맛을 알고 난 후 밥을 먹는 횟수를 더 늘리게 할 수 있는 홍보마케팅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쌀 재고가 남는 상황 속에서 일부 품종은 오히려 당해연도 생산물량의 재고소진으로 일찍 품절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골든퀸3호’는 경기도 화성지역의 주력 품종이고 ‘새청무’는 전남지역의 주력 품종이라는 것은 쌀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다들 알고 있습니다. 충남의 대표 품종으로 시작된 ‘삼광’은 현재 경기도, 경상도 지역에서도 재배가 되고 있습니다. 삼광의 밥맛은 강력히 추천해 드릴 만큼 뛰어납니다. 그러나 여러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재배가 되면서 같은 품종이라도 가격과 밥맛이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는 삼광 자체에 대한 소비자의 생각 자체를 흔들리게 하는 결과로 도출되어 안정적인 영역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도 체계적 관리에 있어 많은 문제를 보여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밥을 먹지 않아도 대체할만한 먹거리들이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고, SNS의 활성화로 인해 손쉽게 홍보가 가능해지면서 인기에 편승한 다양한 먹거리로 유입되는 비율이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쌀 소비의 점진적인 감소 현상과 직결된 부분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억지로 밥을 먹일 수도 없을 뿐더러, 식량자원을 지켜야 한다는 감정적인 호소만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바꿀 수도 없습니다. 결국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각 농민뿐만 아니라 지자체 등 관을 중심으로 재배 이후의 관리나 홍보마케팅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보여주기식 마케팅, 일회성 마케팅으로 홍보를 다 했다는 식의 행사보단 생활 속에서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더욱 어필할 수 있는 홍보전략이 수립되어야 합니다.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쌀 브랜드의 명확한 영역 구축,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포장단위의 다양화, 집에서 먹는 밥으로써의 용도만이 아닌 선물용이나 답례품 등에 쌀을 일상화시킬 수 있는 포장 패키지의 다양성 확대 등 많은 방법들이 체계적으로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일본에서는 각종 행사 등의 답례품이나 특별한 날이나 행사 등에 선물용으로 쌀이 많이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그 포장이나 구성이 쌀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눈에 띄게 표현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그러한 사례도 있긴 하지만 결혼식장이나 돌잔치 등에 갔을 때 선물용으로 제공되는 품목에 쌀이 제공되는 경우는 극히 한정적입니다.

단순한 주식용이 아닌 우리의 생활 전반 속으로 쌀이 침투되어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때 쌀의 소비량은 점진적으로 다시 증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많이 걱정됩니다. 우리나라의 기후대가 점점 변화하고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특징이 무색할 정도로 아주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아열대성 기후로 점점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농산물도 그렇겠지만 쌀은 기후에 아주 예민합니다. 2024년산 쌀도 9월 말까지 30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로 인해 작황 결과도 아주 좋지 않고 도정수율도 5% 이상 감소하여 실질적인 생산량 감소를 불러왔습니다.

쌀 소비 감소 문제로 인해 재배면적도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마저 결부된다면 우리도 쌀이 부족한 세상에 직면하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상황은 꼭 막아야 합니다. 쌀 소비의 안정적 토대 위에서 유통구조를 선순환시키는 방법만이 우리의 쌀을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