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 발달과 쌀 품종 다양화, 쌀밥 인식 바꾼다
쌀 맛지도와 밥소믈리에

우리 쌀 품종의 다양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는 최근 줄어들고 있는 쌀 소비량으로 인한 우리 농촌의 위기의식을 그나마 해소해 줄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과연 매일 먹는 밥을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직접 알아보았다.

함승일 주무관 / 경기도농업기술원 농촌자원과(031-8008-9474)

오감으로 평가하는 밥맛

일반적으로 밥의 맛을 판단할 때 단단함이나 점성 등의 물리적 요인이 약 70%를 차지하며 맛과 향기, 외관 등의 추가적인 요소가 30%를 차지하여 물리적 성질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개인마다 기호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찰진 밥맛과 윤기 있는 외관을 선호한다. 따라서 쌀의 식미 평가 요소를 오감에 비추어 살펴봤다.

시각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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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색과 윤기, 쌀알의 형태를 볼 수 있다. 희고 광택이 나서 은빛으로 비출 정도이며, 쌀알의 크기가 고르고 알알이 감촉이 크게 느껴지는 것이 식미에 유리하다.

청각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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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을 때 나는 소리가 있겠으나 밥은 소리가 거의 나지 않으므로 이 부분은 예외로 두어도 좋겠다.

후각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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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에는 고유의 향기(냄새)가 있다. 특히, 밥을 입에 넣기 전 느껴지는 냄새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미각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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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서 느껴지는 감칠맛과 단맛이 있는데, 이는 매우 미묘해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

촉각적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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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질감, 점성, 단단함 등 물리적 성질을 말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찰진 느낌을 선호한다.

쌀의 성분이 밥맛에 미치는 영향

전분 성분의 일종인 아밀로스는 함량이 낮을수록 밥의 점성이 강해져 밥알의 부착성이 강해진다. 일반적인 밥쌀의 아밀로스 함량은 8~23% 사이에 분포하는데, 일반 멥쌀은 15~23% 정도이며 최근 인기가 높은 중간찰(저아밀로스쌀)은 10% 내외이다. 또한 26% 이상으로 소화가 어려워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고아밀로스쌀(도담쌀) 품종도 개발되어 체중감량을 원하는 이들도 마음 편하게 쌀밥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찹쌀은 아밀로스 함량이 전혀 없거나 낮고 아밀로펙틴 95~100%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재배과정에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알려진 단백질의 함량에 따라 밥알이 단단해지거나 점성이 약해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단백질 함량이 높을수록 푸석하고 맛없는 밥이 된다고 알려져있다. 하지만 품종 자체의 특성에 따라서 단백질 함량이 2~3% 정도는 차이를 보이며 단백질 함량만으로 식미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또한 밥의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무기원소로 마그네슘과 칼륨 함량이 맛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단백질의 기본구성 단위인 아미노산 성분은 감칠맛에 영향을 주는데 특히 글루탐산, 아스파라긴산, 아르기닌이 많은 쌀이 맛있는 쌀로 여겨진다.

밥의 향기(냄새)를 결정하는 성분은 지방이다. 쌀에는 약 1%의 지방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오래된 쌀은 지방이 분해되어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 최근에는 누룽지향 등의 좋은 냄새가 강하게 나는 품종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다만 이렇게 향기가 강하게 나는 품종은 지방성분의 양이 일반적인 쌀에 비해 많으므로 보관에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

단백질과 지방 성분은 쌀알의 외부 측에 주로 존재하여 도정 시 상당 부분 깎여 나가게 된다. 따라서 도정을 덜 한 현미 또는 저분도 도정 쌀의 경우에는 단백질과 지방 성분이 더욱 많이 존재하여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으나, 공기와 만나 산패할 경우 좋지 않으므로 현미의 경우 보관에 특히 유의하고 최대 한 달 이내에 먹는 것이 좋겠다.

쌀알의 성분은 재배 방법이나 기후 등에도 일부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품종에 따라 주로 결정된다. 따라서 품종 정보를 통해 제공되는 아밀로스 성분비율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식감을 예측할 수 있다.

밥하는 방법이 미치는 영향

밥을 짓는 과정은 건조된 쌀에 물을 더하고 가열을 통해 흡수시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압력을 높여 가열 온도를 급격히 높이는 압력식 밥솥이 즐겨 사용된다. 하지만 과도하게 높은 온도로 가열되는 과정에서 쌀알의 전분질이 외부로 빠져나와 죽처럼 끈적이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쫀득하고 찰진 식감을 느끼게 하는데 일부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제대로 된 밥맛을 느끼기 어렵게 만드는 좋지 않은 취사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경우 압력이 가해지지 않는 IH 밥솥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보통 무압이거나 압력이 가해지더라도 약한 수준의 압력을 가하고 정밀한 온도 조절을 특징으로 한다. 이러한 취사방법은 취향에 따라 밥맛을 섬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쌀의 품질이 완성된 밥맛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니 꼭 기억해두길 바란다.

최근 우리나라의 식생활에서 주물 냄비 등을 이용한 솥밥 조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경우 쌀의 품질과 품종 특성이 솥밥에 큰 영향을 준다. 의도하고자 하는 식감에 따라 품종을 잘 선택해야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쌀 맛지도의 필요성과 제작방법

물리적 요인인 쌀알의 단단한 정도와 점성(찰기)을 보기 쉽게 정리한 것이 쌀 맛지도이다. 가로축에는 밥알이 단단하거나 부드러운 정도를 나타내며 세로축에는 점성(찰기)이 높거나 낮아 고슬고슬한 느낌을 주는지를 나타낸다.

일본의 쌀가게에서는 이러한 맛지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쌀 맛지도는 지도에 표시하고자 하는 품종의 밥을 모두 같은 조건으로 취사한 후 밥맛을 보아 상호 비교하여 만들어진다. 기준이 되는 품종과 비교하여 다름의 정도를 표시한 것으로 재배지역과 재배 당시의 기후에 따라 그 성질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매년 그해의 햅쌀이 나올 때마다 비교하는 것이 정확하다.

쌀 판매대의 품종 특성 표기

일본 대형마트에서는 지역별 우수 품종의 쌀 소포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품종 특성을 알아보기 쉽게 5점짜리 별표로 표시해두고 있다.

일본 쌀 맛지도 사례

일본 주택가 골목에서 찾아볼 수 있는 쌀 전문점에서는 밥소믈리에 등 전문 자격을 취득한 상점 주인이 고객의 기호와 용도에 맞는 쌀을 추천해주기 위해 취급하는 쌀의 맛지도를 직접 작성하여 걸어두는 경우가 많다.

밥소믈리에의 필요성과 우리나라의 사정

여러 가지 품종의 밥맛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밥맛의 성질을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도록 훈련된 식미평가 전문가들이 필수적이다. 항시 다양한 쌀 품종을 접하는 유통 관계자들이 이러한 역할을 맡으면 고객에게 전문적인 쌀 구매 가이드를 제공할 수 있어 더욱 적합하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러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부재하기에 ‘밥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하러 일본까지 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국내 실정을 고려해 경기도가 올해 6월 쌀 전문가 양성을 위한 ‘경기미 소믈리에’ 교육과정을 시범적으로 개설한다. 6월 5일부터 16일까지 신청을 받으며, 공평한 교육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신청자 중 추첨을 통해 30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밥소믈리에 교육 실습

밥소믈리에 교육 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