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서 피어난
청년농부의 꿈

벼농사 지으며 한옥카페 운영하는,
김준식 사리당 대표

평택시 외곽에 자리한 한옥 카페 ‘사리당’은 문을 연 지 2년 만에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았다. 지역 농산물로 만든 시그니처 메뉴가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벼농사를 지으며 카페를 통해 농촌 창업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청년농부 김준식 씨를 만나본다.

. 백연선 자유기고가 / 사진. 최충식

경기 평택시 서탄면 사리. 큰길에서 한참을 벗어나 작은 산자락에 둘러싸인 이 평범한 마을에 2년 전 한옥 카페 ‘사리당’이 문을 열며 근동에서는 알아주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사람들이 찾아들며 이 작은 마을은 금세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에 카페를 만들 때 처음에는 저도 반신반의했어요. 이 외진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올까 하고요. 하지만 걱정한 것이 무색할 정도로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사람들이 몰려와 재료가 떨어져 브레이크타임을 가질 정도로 금세 입소문을 탔어요. 감사한 일이죠.”

‘사리당’ 카페 주인장 김준식 씨(30)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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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찾은 새로운 길

김준식 씨가 카페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를 전역하고 경기대 컴퓨터공학과 복학을 앞두고 있던 그에게는 고민 하나가 있었다.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학업을 계속 이어가야 할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결정하지 못해 방황하고 있었다.

그때 손을 내민 건 그의 부친 김태동 씨(66)였다. 당시 1만여 평 규모의 논농사를 지으며 중장비업체를 운영하고 있던 부친은 3남매 중 막내인 김준식 씨에게 자신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지어 달라고 제안했다. 평소 부친의 논농사를 도우며 ‘농사를 짓고 살아도 괜찮겠다’라고 생각 해왔던 그는 부친의 이야기를 들은 후 다른 고민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혈기 왕성한 김준식 씨에게 벼농사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벼농사를 짓는 틈틈이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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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떠오른 생각이 준식 씨가 태어났을 때부터 살아왔던 한옥이었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던 가족들은 곧 비게 될 한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다. 그 한옥은 고조부께서 직접 나무를 가져와 지으신 공간으로, 그와 가족들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곳이었다. 부친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던 그는 한옥의 외관을 최대한 살려 카페를 짓기로 했다. 비록 외진 곳에 자리했지만, 주변에 경쟁할 만한 가게가 없으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

“우리 가족의 추억이 담긴 한옥을 지키고 싶었어요. 한옥의 뼈대를 살려 집을 짓고, 우리만의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시그니처 메뉴를 개발한다면 얼마든지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그는 기존 서까래와 기둥은 그대로 두되, 모던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접목해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층도 찾아올 수 있는 핫한 공간으로 꾸몄다.

사리당크림라떼, 오복주스 등 지역 농산물로 만든 특별한 메뉴

메뉴 개발에도 공을 들였다. 한옥 카페의 특징을 살리면서도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독창적인 음료와 디저트를 선보였다. 그 결과 탄생한 대표 메뉴는 콩가루와 흑임자가루를 우유와 블렌딩한 ‘사리당크림라떼’ ‘사리당흑임자라떼’, 직접 기른 복분자에 오미자청을 섞은 ‘오복주스’, 그리고 ‘딸기젤라또’다. 여기에 평택 지역 ‘슈퍼오닝’ 쌀과 찹쌀로 만든 약과와 주악은 사계절 인기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쌀알이 오도독 씹히는 ‘리조젤라또’와 최근 겨울 메뉴로 출시한 ‘가래떡구이’는 사리당의 시그니처 메뉴로 손님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카페 운영에 열정을 쏟은 지 2년이 조금 지난 지금, 한적했던 농촌 마을에 자리 잡은 사리당은 주말이면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농사를 짓는 농민이 운영하는 카페는 뭔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되도록 카페에서 만들어 내는 음료나 디저트에는 가급적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려고 노력하죠. 그게 또 손님들에게 제철 농산물로 만든 디저트와 음료로 알려지며, 저희 카페만의 대표 메뉴가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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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

하루에도 수백 명의 손님이 찾아와 많을 때는 하루 3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사리당. 이렇듯 카페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김준식 씨에게는 요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인근에 비닐하우스를 지어 엽채류 농사를 짓는 것이다. 카페를 차리면서 잠시 미뤄둔 일이지만, 그에게는 엽채류 농장과 체험 농장, 카페를 연결해 지금의 사리 일대를 하나의 체험 복합타운으로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이르면 내년에는 엽채류 농장을 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들 농촌에서 창업하는 게 어렵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성공한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모범사례가 돼서 농촌에서도 일자리 걱정 없이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농업과 창업, 그리고 지역의 특색을 한데 모아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리당. 김준식 씨의 도전은 농촌 창업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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