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사육이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확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곤충의 다양한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곤충산업에 미래를 맡긴 젊은이가 있다. 평택의 곤충농장 ‘기프트(GIF&T)’의 홍소현 씨(31)가 그 주인공이다.
글. 백연선 자유기고가 / 사진
농장에 사육실과 표본전시실 등을 갖추고 다양한 종류의 곤충을 재배하며 곤충 세트를 제작해 택배로 보낸다. 농장을 찾은 체험객들은 곤충이 애벌레에서 성충이 되는 과정을 눈으로 확인하며, 곤충 포집에 나서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곤충농장의 모습은 대개가 이렇다.
하지만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자리한 곤충농장 ‘기프트’의 분위기는 여느 곤충농장과 확연히 다르다. 방학을 맞아 으레 있을 법한 가족 단위 체험객들은 보이지 않는다. 수많은 곤충 중에서도 1,155㎡(350평)가 넘는 2개 동의 재배사에는 연구용으로 시험 재배하는 동애등에와 밀웜만이 가득하다. 이곳에서 홍소현 씨는 이들을 관리하며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느라 하루가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지낸다.
영국 유학과 맞바꾼 곤충 농사
미국에서 현대미술, 그중에서도 사진을 공부한 홍소현 씨가 곤충과 인연을 맺은 것은 정말 우연한 기회였다.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영국 유학을 앞두고 있던 그는 잠시 짬을 내 고향에 돌아와 아버지 홍종학 씨(63)가 새롭게 문을 연 카페 일을 돕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며 영국으로 떠나려던 소현 씨는 고향에 발이 묶였다. 그때 문을 연 지 1년 만에 코로나 직격탄을 맞고 카페를 접어야 했던 부친 홍종학 씨는 이참에 오랫동안 꿈꿔오던 곤충농장을 열기로 하고, 딸 소현 씨에게 함께 일해 보자며 손을 내밀었다.
홍종학 씨에게 곤충산업은 친환경적인 데다, 수직 생산이 가능해 다른 농업에 비해 공간을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마침, 코로나로 한국을 떠나기 어려웠던 소현 씨는 농장이 자리 잡을 때까지만 돕겠다는 마음으로 부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지난 2020년의 일이다.
그 길로 홍 씨 부녀는 본격적으로 곤충 기르기에 나섰다. 밤마다 컴퓨터 앞에 앉아 곤충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전국 각지로 곤충농장을 찾아다녔다. 곤충에 대해 알아갈수록 곤충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이 소현 씨를 사로잡았다. 곤충은 식용뿐 아니라 애완, 치유, 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한 데다, 분변까지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버릴 것이 없었다. 특히 홍 씨 부녀는 곤충 중에서도 동애등에와 밀웜에 주목해, 단순히 곤충을 길러내는 대신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하는 일에 매달렸다. 곤충 사육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그들이 일궈낸 성과는 눈부시다.
우선 곤충 사육 장비를 개발해 한경국립대학교와 충북·충남도농업기술원에 장비를 납품했다. 동애등에 분변에서 나오는 암모니아를 질소와 수소로 분해(크래킹)해 비료로 자원화하는 방법도 고안해 냈다. 또 동애등에와 밀웜 가루에 소맥피와 인근 농가에서 버려지는 오이와 애호박 등을 섞어 애완동물용 간식을 개발하는 데도 성공했다. ‘멍룽지’, ‘어서오이개’, ‘넌내게바나나’ 등으로 이름 붙인 이 간식들은 개 등 애완동물의 알레르기를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육 장비, 간식 등 다양한 곤충 관련 상품 개발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홍소현 씨는 해야 할 일이 남았다고 말한다. 교육 기능을 겸한 곤충농장을 만들고 싶은 것. 그래서 생각한 것이 치유농업이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애벌레와 번데기, 성충을 만지고 기르다 보면 집중력은 물론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되고,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생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그녀는 올해 초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편입해 관련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 내친김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며 실력을 갖춰나갈 예정이다. 이제는 곤충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고 말하는 홍소현 씨에게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곤충산업이 크게 확장하지 못하는 것은 곤충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 때문이에요. 이 거부감을 줄여서 사람들에게 곤충이 좀 더 친근한 대상임을 알리고 싶어요. 또한, 우리 회사의 슬로건처럼 ‘곤충의 이로움을 알리고, 자연과 사람 그리고 동물에게 선물이 되는 곤충을 기르는 게 목표’예요. 그러기 위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