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공감하는 공간, 치유농장 양평 '꽃뜰네이처팜' 정성희 대표

사과 다축형 수형 재배기술을 도입해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파주 ‘DMZ 1km 사과농원’ 명인복 대표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깊숙한 산자락에 위치한 ‘꽃뜰네이처팜’은 사람들의 심리와 정서, 신체적인 치료와 안정을 위한 치유농장이다. 이곳에서는 복지원예사(원예치료사)이자 사회복지사인 정성희(51) 대표가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정성희 대표를 만나 그녀가 펼치는 치유농업에 대해 들어봤다.

이장희 한국농어민신문 기자

각박한 도시생활 접고 농촌의 삶에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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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를 맡아보고 있는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자들

‘꽃뜰네이처팜’에서는 현재 장애인 20명이 치유농업을 통해 심신안정과 재활교육을 받고 있으며, 고령자와 사회 취약계층, 학생 등을 비롯한 일상생활 속에 지친 사람들도 농업체험과 농업·농촌 풍경을 감상하면서 심신을 치유하고 있다.

정성희 ‘꽃뜰네이처팜’ 대표가 경기도 양평군에 터를 잡은 것은 2011년 가을이다. 대도시에서 20년간 학원을 운영했던 정 대표는 각박한 도시 생활을 접고 그동안 갈망했던 농촌의 삶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귀촌을 하면서 1,980㎡(600평)의 작은 농장을 구입하고 소소하지만 다양한 농작물과 식물 등을 가꾸며 체험하는 공간, 자칭 ‘공유농장(정원)’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했던 그녀는 2013년 양평군농업기술센터가 개설한 원예치료사 양성과정을 마치고 복지원예사 2급 자격증을 취득했는데, 좀 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건국대학교 ‘원예치료 석사과정’까지 마쳤다. 여기에 더해 정 대표는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정 대표는 원예치료와 사회복지분야의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자연과 사람이 공감하는 공간으로 농장을 활용하고 있다.

그녀는 농장을 준비하면서 전국의 치유농장이나 농촌체험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면서 자문도 구하고 철학 등도 배웠다. 원예생태교육과 치유농업프로그램, 바른 먹거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심리적, 사회적, 인지적, 신체적 영역에서 긍정적으로 향상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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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뜰네이처팜의 통로는 장애인 휠체어가 쉽게 다닐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효과적인 원예치료 위해 더 많은 관심 필요해

정 대표는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농장에 머물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과 자연과 소통하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라고 여긴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은 작고 조용한 농장에서 각종 농작물 및 화훼식물 재배 체험은 물론 정원에 앉아 햇볕을 쏘이며 담소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데, 이것 자체가 치유”라는 정 대표는 “우울증이나 조현병처럼 조금만 치유가 되면 정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원예치료는 효과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이곳은 경기도 복지국과 경기도농업기술원이 협력 추진해 전국 최초로 사회서비스와 농업을 결합한 치유 프로그램 농장으로 선정돼 올해 5월부터 양평군 관내 발달·정신장애인 20명이 매주 1번씩(2시간), 44주 동안 원예치료 등을 통해 치유·재활을 돕고 있다.

정 대표는 “치유농업 프로그램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대상자의 신체, 정서적 스트레스의 예방 완화 및 심리, 인지, 사회적 건강을 도모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텃밭에 토마토와 오이, 감자, 고구마 등 다양한 작물을 심고 가꾸며 수확한 농산물로 요리해서 나눠 먹는 방식인데, 수업 내용은 참여자 나이와 장애 정도에 따라 매번 다르다. 연령층도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고 인지·지적발달 수준도 차이가 있어 매사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에서부터 생산자의 시각과 입장이 아닌, 치유농업 전문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정 대표의 생각이다.

정 대표는 “멍하게 있거나 신경정신과 약을 복용하던 이들도 치유농장의 원예치료를 받고 난 후부터 긍정적이고 웃음도 많아지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행정적으로 장애인 심신·재활 치유에 2년이라는 시한은 너무 짧기 때문에 더 많은 참가자가 사회에 적응하고 치유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 농장은 장애인들이 혼자서 찾아올 수 없는 곳에 위치해 있다”면서 “장애인복지관에서 차량을 지원하고 있지만 화장실과 각종 부대시설도 그들에 맞춰 설치하는 것도 교육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기에 이러한 부분의 투자 지원도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보다 전문적인 치유농업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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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농작물 수확체험을 하고 있는 체험객들

정 대표는 치유농업이 양평군에 자리잡기 이전인 2016년

부터 양평군 장애인복지관 등과 연계해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전개해 나갔다. 일회성이 아닌 다회성 프로그램을 구성해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학업중단위기 학생 등과도 진행했다.

“원예수업 과정을 통해 작업순서나 기술을 잘 익히는 능력 등을 알 수 있다”는 정 대표는 “이런 활동을 통해 학습능력은 부진해도 기술능력이 뛰어난 학생, 발달장애 검사가 필요한 학생 등 학생들의 성장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을 해당 교사들과 공유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장애의 정도는 매우 다양한데,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다양한 소외·취약계층도 치유농업의 수혜자가 될 수 있다”며 “원예치료를 통해 조금만 치유가 되더라도 정상생활이 가능한 사람들과 농장을 연계하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농장이 활성화되고 수익이 창출되면 장애, 비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참여한 이들과 나누면서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정 대표는 “취약계층 등 변수가 많은 참가자에게도 여유 있게 소통하고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나갈 것”이며 “앞으로 양평 관내의 정신보건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도 원예치료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다 전문적인 치유농업이 양평군을 중심으로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치유농업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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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주농촌지도사 / 경기도농업기술원농촌자원과 031-8008-9463

Q. 치유농업이란?

국민의 건강 회복 및 유지·증진을 위해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한 활동을 통해 사회적,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을 말합니다.

Q. 올해 경기도 치유농업 지원사업은?

경기도에서는 치유농업의 안정적인 확산을 위해 농촌치유농장 육성사업, 치유농업 활용 복지화 지원사업, 치유농업 유관기관 연계 활성화 사업, 학교치유텃밭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Q. 2024년 치유농업 관련 사업은?

내년에는 올해 10월 개관한 경기도 치유농업센터에서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전문치유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며, 참여자의 사전·사후 뇌파측정을 통해 치유효과를 분석할 계획입니다. 시군으로 지원되는 사업은 2023년과 같습니다.

Q. 경기도 대표 치유농장은?

경기도에는 우수한 치유농장이 많이 있지만 2023년부터 경기도 복지국 복지사업과와 협력해 바우처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6개 농장이 있습니다.

* 양평 꽃뜰네이처팜, 이천 폴리복관광농원, 화성 최은명 자연꿀, 용인 팜앤트리, 김포 물고기관광농원, 양주 원학농장